시간이 멈춘 듯 고요합니다… 오래된 골목 그대로 남은 전국 숨은 마을 3곳
가을빛이 내려앉은 강원 고성 왕곡마을의 초가와 한옥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9월이 되면 한낮의 더위는 남아 있어도 아침저녁 공기는 한결 가벼워진다. 여름 휴가철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보다 한적한 골목과 낮은 담장이 이어지는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지는 시기다. 차 소리가 멀어지고 집 사이로 바람이 드나드는 곳에서는 걷는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전국 곳곳에는 옛집과 돌담, 논밭 풍경이 함께 남아 있는 마을이 있다. 골목을 따라 걷다가 툇마루에서 쉬고, 해가 낮게 내려앉은 뒤 마을 전체가 조용해지는 시간까지 보내다 보면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도는 여행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람 많은 한옥마을을 벗어나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은 전국 시골 마을 3곳을 소개한다.

1. 산봉우리가 감싸 안은 고요한 초가을, 강원도 고성 왕곡마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왕곡마을은 기와집과 초가가 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오래된 산촌이다. 바다와 멀지 않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전혀 달라진다. 주변을 산이 둘러싸고 있고, 낮은 지붕 사이로 텃밭과 돌담이 이어져 오래된 시골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왕곡마을을 걷다 보면 집의 생김새부터 다른 곳과 차이가 난다. 현재 남아 있는 기와집 가운데 상당수는 19세기를 전후해 지어졌으며, 안방과 사랑방, 마루, 부엌을 한 건물 안에 둔 북방식 양통집이 여러 채 남아 있다. 부엌 옆에 외양간을 두고 생활 공간을 한 지붕 아래 모은 집도 볼 수 있는데, 겨울이 길고 추운 강원 북부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처럼 오래된 집과 골목 풍경이 잘 남아 있어 왕곡마을은 2000년 1월 7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지정 면적은 18만741.7㎡다. 관광객을 위해 새로 만든 한옥촌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이어져 온 집과 마을길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왕곡마을의 특징이다.

왕곡마을만 보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가까운 송지호까지 함께 둘러보기 좋다. 송지호관망타워와 왕곡마을을 잇는 길이 있어 산촌과 호수 풍경을 하루에 함께 볼 수 있다. 마을 골목을 걷고 송지호까지 이동하면 고성의 산과 들, 호수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위치 강원 고성군 죽왕면
주요 풍경 기와집·초가·돌담·텃밭
가옥 특징 19세기 전후 북방식 양통집
문화유산 지정 2000년 1월 7일
연계 장소 송지호·송지호관망타워

2. 내성천 따라 외나무다리 건너는 경북 영주 무섬마을

노을이 번지는 내성천 위 외나무다리와 경북 영주 무섬마을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은 내성천이 마을의 세 면을 감싸고 돌아 육지 안에 섬처럼 놓여 있는 곳이다. '무섬'이라는 이름도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을 가진 수도리의 우리말 이름에서 나왔다. 마을 앞으로는 넓은 백사장과 잔잔한 강물이 이어지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기와집과 골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섬마을의 역사는 17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수와 김대가 이곳에 들어와 터를 잡은 뒤 반남박씨와 선성김씨가 오랫동안 살아왔으며, 현재도 만죽재고택과 해우당고택을 비롯한 옛집들이 남아 있다. 'ㅁ'자형 집과 까치구멍집, 겹집처럼 생김새가 서로 다른 가옥도 한 마을에서 볼 수 있어 2013년 8월 23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지정 면적은 66만9193㎡다.

강가로 내려가면 무섬마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외나무다리가 나타난다. 길이는 약 150m, 폭은 30cm 남짓으로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다. 지금처럼 차량이 다니는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주민들이 내성천 건너편 밭으로 오가던 길이었고, 장마철에 물이 불어 다리가 떠내려가면 다시 놓기를 반복했다. 

일제강점기의 흔적도 남아 있다. 마을 안의 아도서숙은 당시 주민들이 세운 교육 공간으로, 이후 항일운동이 이어지는 장소가 됐다. 고택과 외나무다리만 보고 지나치기보다 골목 안쪽까지 걸어 들어가면 무섬마을이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아온 생활 터전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볼 수 있다.

위치 경북 영주시 문수면
주요 풍경 내성천·백사장·고택·외나무다리
외나무다리 길이 약 150m·폭 약 30cm
문화유산 지정 2013년 8월 23일
주요 장소 만죽재고택·해우당고택·아도서숙

3. 느릿느릿 걷는 3.6km 돌담길, 전남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돌담과 기와집 사이로 산책길이 이어지는 전남 담양 창평 삼지내마을. (AI 생성) / 온더투어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에 들어서면 골목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흙돌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돌과 황토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담장은 마을 곳곳으로 약 3.6km 이어지며, 담 너머로 기와지붕과 감나무, 오래된 마당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삼지내마을은 오래된 집과 돌담이 그대로 남아 있어 화려한 관광시설보다 옛 시골 마을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골목을 돌 때마다 담장의 높이와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고, 집 사이로 텃밭과 나무가 보여 걷는 동안 풍경도 계속 바뀐다. 

창평은 쌀엿과 한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을 주변에는 오랫동안 쌀엿과 한과를 만들어온 곳이 남아 있어 돌담길을 걷고 난 뒤 지역 먹거리를 함께 맛보기 좋다. 가까운 창평시장까지 이어가면 국밥이나 쌀엿을 먹으며 여행 일정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길 대부분이 크게 가파르지 않아 오래 걷는 일정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다만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마을인 만큼 골목을 걸을 때는 대문 안으로 들어가거나 집 안을 들여다보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위치 전남 담양군 창평면
주요 풍경 흙돌담·기와집·감나무·텃밭
돌담길 길이 약 3.6km
지역 먹거리 창평 쌀엿·한과·국밥
연계 장소 창평시장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마을 가게나 농산물 판매대에서는 카드 결제가 어려울 수 있어 1만 원권과 5000원권 지폐를 조금 챙겨간다.

-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마을이므로 해가 진 뒤에는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둘러본다.

- 산자락과 강변은 저녁이 되면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므로 얇은 겉옷과 걷기 편한 운동화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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