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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을 차지했다(사진=삼성)[더게이트]
사자군단 삼성 라이온즈가 12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2014년 통합 우승을 끝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암흑기를 벗어나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다시 세웠다. 창단 이후 통산 9번째 우승이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위팀 상대로 거둔 '업셋' 우승이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12대 1로 대파했다. 1차전을 7대 8로 아쉽게 내줬던 삼성은 2차전부터 내리 4경기를 이기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삼성은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을 시작으로 2002년, 2005년, 2006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8차례 정상에 섰다. 모두 정규시즌 1위 자격으로 거둔 우승이었다. 이번에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와 1위 팀을 꺾었다. 2016년 개장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도 처음이다.
도박 파문·9위 추락…12년 만에 끝난 기다림
박진만 감독(사진=삼성)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4년 연속 제패하며 '삼성 왕조'를 세웠다. 2015년에도 통합 5연패를 노렸지만, 한국시리즈 직전 주축 투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이탈하면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분위기까지 어수선해진 삼성은 두산에 1승 4패로 패하면서 왕조의 막을 내렸다.
이후 긴 침체기가 이어졌다. 2016년과 2017년에는 2년 연속 9위에 그쳤다. 2021년 정규시즌 공동 1위에 올랐지만 KT와의 1위 결정전에서 졌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에 2연패해 탈락했다. 박진만 감독 체제에서 2024년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KIA 타이거즈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고,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에 막혔다.
베테랑 최형우를 영입하며 '우승 적기'란 평가 속에 야심 차게 시작한 올 시즌엔 부상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원태인과 외국인 투수 맷 매닝이 이탈했고, 주축 야수들도 잇따라 부상으로 빠지면서 한 번도 완전한 전력으로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전반기를 간신히 1위로 마쳤지만 후반기 KT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정규시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부상은 삼성을 괴롭혔다. 마무리 김재윤이 전거근 부상으로 빠졌고, 주장 구자욱과 주전 포수 강민호는 각각 햄스트링과 옆구리 통증을 안고 뛰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다 잡은 승리를 실책 때문에 내주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를 극복하고 KIA를 3승 2패로 제압하며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삼성은 1차전에서 먼저 8점을 내줬다. 7회 이후 7점을 따라붙는 맹추격전을 벌였지만 끝내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3대 2로 승리하면서 반격을 시작했다.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돌아온 뒤에는 3차전에서 5대 1, 4차전에서 10대 5로 승리하며 우승까지 1승만 남겨뒀다.
우승이 걸린 5차전에서는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선발로 나섰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불펜으로 등판했던 원태인은 선발로 복귀, 5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도 장단 14안타를 몰아쳤다. 김영웅이 5타수 4안타 3타점, 구자욱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선취점은 이번에도 KT가 먼저 냈다. 3회초 한승택의 볼넷과 권동진의 안타, 최원준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장진혁이 희생플라이를 쳤다. 그러나 삼성은 3회말 곧바로 경기를 뒤집었다. 김지찬이 볼넷으로 나간 뒤 2사 1루에서 구자욱의 우익선상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르윈 디아즈가 우측 담장을 맞히는 홈런성 타구로 2대 1 역전에 성공했고, 최형우의 안타-김영웅의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3대 1로 달아났다.
승부는 5회말에 갈렸다. 박승규가 KT 유격수 권동진의 실책으로 출루해 시작된 찬스. 최형우와 김영웅, 이재현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면서 점수는 6대 1로 벌어졌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는 강민호의 2루수 땅볼 때 권동진이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김지찬의 2타점 3루타와 KT 투수 손동현의 폭투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은 5회에만 8점을 뽑아 11대 1로 달아났다. 8회말 김영웅의 적시타로 한 점을 보탠 삼성은 12대 1 승리를 완성했다.
원태인 첫 KS 승리, 박진만 감독 첫 우승 반지
원태인과 강민호(사진=삼성)5차전 마지막 4이닝은 외국인 에이스 크리스 페덱이 책임졌다. 6회부터 원태인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페덱은 KT 타자 12명을 상대로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고 막아냈다. 9회초 마지막 타자 장성우를 삼진으로 잡는 순간 라팍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터졌고, 삼성 선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우승이 홈팬들 앞에서 확정된 순간이었다.
이날 승리로 원태인은 개인 통산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거뒀다. 2022년 감독대행을 거쳐 삼성 지휘봉을 잡은 박진만 감독도 사령탑으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 시절 '국민 유격수'로 불리며 현대와 삼성에서 6차례 정상에 올랐던 박 감독은 삼성 사령탑이 되어 다시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반면 KT는 정규시즌 90승 이상을 거두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역대 두 번째 팀이 됐다. 앞서 2018년 두산이 정규시즌 93승을 거두고도 SK에 2승 4패로 패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의 통합 우승을 노렸던 KT의 가을야구는 1승 4패로 허무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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