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상대방 숨은 역할·의도까지 추론하는 AI 훈련법 개발"

스포츠춘추
인판티노와 트럼프.[더게이트]
'축구계 렉스 루터'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사방에서 레드카드가 날아오고 있다. 월드컵 상업권 매각 파문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더니 이번에는 회장 선거 출마 자격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며 미국 의회에 소환당할 위기다.
인판티노는 안팎의 사퇴 압력 속에서도 내년 3월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 당선돼서 2031년까지 장기 집권하겠다는 야욕을 대놓고 드러내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 미겔 마두로 전 FIFA 지배구조위원장이 딴지를 걸고 나섰다.
포르투갈 출신 법학자이자 FIFA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인 마두로는 지난 4일(한국시간) 인권단체 페어스퀘어가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인판티노에게 내년 회장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FIFA 정관이 허용하는 임기를 이미 모두 채웠다는 게 마두로의 주장이다.
쟁점은 임기 계산이다. 인판티노는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의 사임 이후 2016년 처음 회장에 당선됐고, 2019년과 2023년에도 당선돼 세 차례 선거를 치렀다. FIFA 정관 제33조 2항은 누구도 회장직을 세 차례 넘게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판티노의 계산법은 다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첫 임기는 블라터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채운 것이므로 임기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FIFA 평의회는 2022년 12월 인판티노의 첫 임기를 횟수에서 제외하기로 만장일치 결의했다. 이 해석대로라면 인판티노는 내년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있다.
반면 마두로는 이런 해석이 정관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두로는 “FIFA 정관 제33조 2항은 누구도 회장직을 세 차례 넘게 수행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추가 임기를 허용할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관에 임기를 전부 채웠는지, 일부만 수행했는지에 따라 계산을 달리한다는 예외 조항이 없다는 설명이다.
마두로는 2022년 평의회의 결정 과정도 문제 삼았다. 출마 자격을 판단할 독립 기구 대신 인판티노 자신이 의장을 맡은 평의회가 임기 해석을 내렸다는 것이다. 마두로는 이를 국가 원수가 자신의 재출마를 위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을 제쳐두고 직접 헌법을 해석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페어스퀘어도 FIFA 회원 협회 52곳에 서한을 보내 인판티노의 출마 자격을 문제 삼아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동참 의사를 밝힌 협회는 없는 단계다. 마두로는 각국 협회가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로 FIFA 내부의 '공포 분위기'를 지목했다.
트럼프의 참패, 인판티노에게도 날아온 청구서
지안니 인판티노(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또 다른 대형 악재는 미국에서 터졌다. 지난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까지 휩쓸며 연방 상원과 하원을 모두 탈환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년간 유지했던 의회 권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미국 선거 결과가 인판티노에게 중요한 이유는 트럼프와의 특별한 밀착 관계 때문이다. '트럼프의 푸들' 인판티노는 정치적 중립성은 내다 버리고 대놓고 친 트럼프 행보를 벌였고, 지난해 12월에는 급조한 ‘FIFA 평화상'을 트럼프에게 수여했다. 올해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트럼프의 전화 한 통에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퇴장 징계가 유예되면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경제매체 시티AM은 이번 민주당의 승리로 인판티노와 FIFA가 미국 의회의 소환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새 의회가 출범하면 증언과 자료 제출을 강제할 권한을 확보한다. 그동안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강제 조사에 나서지 못했던 민주당이 인판티노에게 직접 답변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 의원은 이미 지난 7월 조사에 착수했다. 평화상 수여 경위와 뉴욕 트럼프타워 사무실 임차 계약, 트럼프 일가와 FIFA 사이의 금전 거래 가능성이 대상이다. 월드컵 상업권 매각 계획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이 설립한 투자회사가 관여한 사실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래스킨 의원은 FIFA와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뇌물과 리베이트, 특혜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의회의 조사 권한을 사용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가 지난 8월 인판티노 퇴진 움직임에 반대하며 FIFA 회장 교체는 '끔찍한 실수'라고 말했지만, 의회가 민주당 손에 넘어가면서 이런 보호막은 사라진 상황이다.
다만 인판티노가 당장 회장직을 잃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회장 선거는 211개 회원 협회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인판티노가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3일에는 한때 인판티노를 비판했던 AFC마저 재선 지지를 선언했다. UEFA는 대항마를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 후보를 공식 발표하지 못했다.
FIFA 회장 후보 등록 마감일은 오는 18일이고, 선거는 내년 3월 18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다. 새로 제기된 출마 자격 논란과 미국 정치의 헤게모니 변화가 축구 빌런의 연임 야욕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