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는 앞에서 외계인 뉴욕 침공! 웸반야마 32점 폭발...샌안토니오, 파이널 2패 뒤 첫 승
트럼프와 제임스 돌란 구단주(사진=중계방송 화면)트럼프와 제임스 돌란 구단주(사진=중계방송 화면)

[더게이트]

제발 오지 말라고 고사까지 지냈는데 굳이 와서 야유를 듣고, 모두에게 불편을 끼치더니, 급기야 승승장구하던 응원팀에 불운과 실패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세상에 이렇게 도움 안 되는 빌런이 또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현직 대통령 역사상 최초로 직관한 NBA 파이널에서 뉴욕 닉스가 기어이 첫 패배를 당했다.

닉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3차전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111대 115로 패했다.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파이널 축제에서 패하면서, 지난 46일 동안 이어온 플레이오프 13연승 행진은 허무하게 멈췄다. 시리즈 전적은 2대 1로 여전히 뉴욕이 앞서 있다.

경기를 지배한 웸반야마(사진=샌안토니오 스퍼스 SNS)경기를 지배한 웸반야마(사진=샌안토니오 스퍼스 SNS)


"오지 마라"…스티브 A 스미스의 독설이 현실로

경기 전부터 MSG 안팎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닉스의 열혈 광팬으로 유명한 ESPN의 평론가 스티브 A 스미스는 경기 당일 아침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뉴욕에 올 이유가 없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라며 대놓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닉스가 오늘 밤 지면 전부 트럼프 탓을 할 것"이라고 못 박았는데, 이 경고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대통령이 납신 덕에 경기장 주변은 그야말로 계엄령 수준이었다. 비밀경호국(SS)과 경찰이 오후 4시부터 대규모 경계선을 치는 바람에 티켓이나 취재증이 없으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가방 반입도 전면 금지됐다. 가든 밖의 시그니처였던 야외 무료 응원전은 저 멀리 브라이언트 파크로 쫓겨났고, 그곳에서조차 경기 후반 팬들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일었다. 관중도, 시민도 전부 피곤해진 하루였다.

닉스 구단주 제임스 돌란의 초청으로 미드코트 인근 스위트룸에 자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제창 도중 전광판에 얼굴이 나오자 나름 거수경례 포즈를 취하며 특유의 관종끼를 뽐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가든을 가득 채운 홈 팬들의 거센 야유였다. 닉스 팬들이 치를 떠는 트레이 영이나 타이리스 할리버튼이 와도 이보다 더한 야유를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된 경기는 초반부터 샌안토니오의 페이스였다. 샌안토니오는 1쿼터에만 야투 11개 중 9개를 꽂아 넣으며 33대 22로 뉴욕을 밀어붙였다. 뉴욕이 2쿼터 들어 제일런 브런슨(10점)과 OG 아누노비(11점)를 앞세워 64대 57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지만, 후반 들어 다시 실패의 기운이 뉴욕 쪽을 향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진 뼈아픈 실책이 뉴욕의 발목을 잡았다. 뉴욕은 이날 13개의 턴오버를 범하며 샌안토니오에 21점이나 헌납했다. 반면 샌안토니오가 실책 8개를 저지르는 동안 뉴욕이 받아먹은 점수는 고작 7점에 불과했다. 이번 파이널 경기당 평균 4.3개의 턴오버를 기록한 에이스 브런슨은 이날 혼자 실책 5개를 쏟아냈다.

4쿼터 닉스의 집중력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뉴욕은 4쿼터 야투 27개를 던져 단 7개만 성공(성공률 25.9%)시키는 슛 난조에 시달렸다. 3점슛은 더 가관이었다. 14개를 던져 단 2개만 림을 통과했는데, 쿼터 초반 시도한 10개의 외곽포가 연속으로 허공을 가른 것이 치명타였다. 이 때문에 경기 막판 공격리바운드로 잇따른 세컨 찬스를 만들어도 살리지 못했다.

뉴욕이 삽질을 거듭하는 사이, 샌안토니오의 '외계인' 빌터 웸반야마는 코트를 완전히 찢어놓았다. 앞선 두 경기에서 뉴욕의 절묘한 수비 전략에 막혀 쩔쩔맸던 웸반야마는 이날 야투 18개 중 11개를 꽂아 넣으며 32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폭발했다.

이로써 웸비는 22세 155일의 나이로 파이널에서 '30점-5리바운드-5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선수가 됐다. 1위는 매직 존슨(20세 276일)이다. 동시에 이번 포스트시즌 누적 블록슛 70개째를 달성, 1994년 디켐베 무톰보(69개)를 넘어 블록슛 집계가 시작된 1974년 이후 '포스트시즌 데뷔 시즌 최다 블록슛' 대기록까지 새로 썼다.

제일런 브런슨(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제일런 브런슨(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흔들린 뉴욕, 그래도 주도권은 쥐고 있다

승부처는 4쿼터 막판이었다. 샌안토니오의 스테폰 캐슬이 종료 1분 53초 전 결정적인 3점슛을 꽂아 111대 104로 달아났다. 뉴욕이 브런슨의 3점슛으로 끝까지 쫓아갔으나, 디애런 팍스가 종료 12.2초 전 침착하게 스텝백 점퍼를 성공시키며 뉴욕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캐슬은 23점을 올리며 웸반야마의 뒤를 든든히 받쳤고, 팀은 1·2차전 평균(14개)의 두 배에 달하는 전체 어시스트 28개를 합작하며 유기적인 '팀 농구'를 완성했다.

비록 연승 행진은 깨졌지만, 통계는 여전히 뉴욕 편이다. 역대 파이널에서 2대 0으로 먼저 앞서간 팀이 최종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확률은 86.5%(37회 중 32회)에 달한다. 4차전 역시 뉴욕 안방에서 치르는 만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은 팩트다. 다만 칼-앤서니 타운스의 3차전 부진과 파울 트러블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았다.

파이널 4차전은 오는 11일 오전 9시 30분, 다시 같은 장소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다. 뉴욕 팬들에겐 천만다행으로 4차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즈가 길어지면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니 그 전에 빨리 시리즈를 끝내는 게 뉴욕 입장에선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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