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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아베 감독(사진=NHK 방송 화면)[더게이트]
18세 딸은 아버지와 처음으로 크게 싸운 날 밤,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와 상담했다. 그 한 번의 질문이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아동상담소 연결, 경찰 출동, 현행범 체포, 그리고 감독 사임. 불과 반나절 만에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포수 출신 사령탑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6일 오전 요미우리 아베 감독은 야마구치 도루 구단 사장과 면담해 사임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즉각 수리했다. 이날 구단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난 아베 감독은 시종일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제 가족의 문제로 많은 야구팬과 프로야구 관계자, 구단에 큰 걱정과 폐를 끼쳤다"며 "전통 있는 요미우리 구단의 감독 명예도 더럽혔다. 깊이 사죄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아베 신노스케 감독(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런 식으로 떠나게 돼"…말을 잇지 못한 감독
팀을 향한 심경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아베 감독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저…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간신히 뱉은 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수건으로 눈가를 훔친 그는 "이런 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는 것이 정말 죄송하고, 큰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며 말을 흐렸다.
갑작스럽게 감독 대행을 맡게 된 하시가미 히데키 수석코치와 나눈 대화를 묻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미안하다고만 했다"고 짧게 답했다. 회견 말미에는 "제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민감한 나이인 만큼 부디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이례적인 당부도 덧붙였다.
야마구치 사장은 "폭력을 휘두른 사실 자체는 매우 무겁고, 감독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경질에 가까운 사표 수리 배경을 설명했다. 요미우리 구단 역사에서 시즌 중 감독이 교체된 것은 1947년 나카지마 하루야스 이후 약 80년 만의 일이다. 구단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일본 야구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선 변호사가 아베 감독 장녀의 편지를 대독해 눈길을 끌었다. 장녀의 편지가 회견장에 울려 퍼지는 동안 아베 감독은 고개를 떨군 채 오열했다. 편지에서 장녀는 "언론 보도에 맞았다는 내용이 나왔는데, 당시 상황을 과도하게 설명하면서 사실과 다르게 전해졌다"며 "구타나 발차기 등의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아버지와 이렇게 크게 부딪힌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고, 당황한 마음에 어찌해야 할지 몰라 챗GPT에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AI는 익명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아동상담소를 안내했다. 딸은 "그저 조언을 구하고 싶어 전화했는데 제 의향을 묻는 절차도 없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가 됐다"면서 경찰관들이 자택으로 들이닥쳤을 때 가장 놀란 사람은 자신이었으며, 아버지가 연행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며 밤새 울었다고 했다.
편지에는 "아버지는 항상 밝은 사람이고, 평소 함께 아재 개그를 주고받으며 외식도 자주 다니는 평범한 아빠다. 이미 화해했으니 안심해달라"는 말과 함께 근거 없는 비방과 신상 공개를 자제해달라는 호소도 담겼다.
아베 신노스케 감독(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런 사태 전개가 최선이었나
물론 장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구단이 직접 확인한 공식 경위에 따르면 아베 감독은 장녀의 가슴팍을 잡아 밀쳐 넘어뜨리는 신체적 접촉을 가했다. 아베 감독도 초기 경찰 조사에서 "말대꾸를 하기에 홧김에 손을 댔다"고 진술했고, 음주 측정에서 알코올 성분도 검출됐다. 장녀의 편지가 야구인으로서 모든 것을 잃은 아버지를 뒤늦게 감싸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초기 보도가 과장됐던 것인지는 경시청 시부야서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명확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일본 사회에 던진 파장은 상당하다. 현지 여론에서는 시스템의 기계적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후 재팬 등에선 "피해가 크지 않고 당사자끼리 화해한 사건인데 사임까지 간 것은 과하다", "이런 결말은 결국 신고한 딸에게 평생의 부채감을 지우는 꼴"이라는 등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가정 내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각 단계에서 누군가 한번쯤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했다면, 당사자의 의사를 한 번만 더 확인했더라면 이런 결말로 가진 않았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가정이나 개개인의 사소한 갈등을 당사자끼리 해결하지 못하고 SNS에 폭로하고 성급하게 공론화해서 함께 파멸로 가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해프닝 같기도 하다.
25일 오후 6시 자매간의 말다툼 중재에서 시작된 소동은 결국 야구인으로서 수십년간 쌓은 커리어와 명예를 모두 잃는 최악의 결말로 치달았다. 취임 첫해인 2024년 팀을 4년 만의 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올 시즌에도 24승 22패로 순항 중이던 명장의 커리어는 그렇게 멈춰 섰다. 챗 GPT 화면을 켜는 순간, 아베 감독의 장녀가 이런 결말을 원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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