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만화도 이렇게 그리면 욕 먹어요! 1회 3볼넷 강판 위기→합작 노히터 주역...일본 투수 이마이의 반전 드라마
대기록의 주역들(사진=휴스턴 애스트로스 SNS)대기록의 주역들(사진=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더게이트]

시즌 초반 이마이 다쓰야가 미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맬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순간이 찾아왔다. 1회에만 볼넷 3개를 내주며 난조에 시달릴 때도 이 경기가 이런 식으로 끝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일본인 투수 이마이가 '합작 노히터'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마이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스티븐 오커트와 알림베르 산타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휴스턴은 9대 0완승과 함께 팀 노히터를 완성했다. 2024년 9월 4일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의 합작 노히터 이후 630일 만에 나온 메이저리그(MLB) 노히터다. 흥미롭게도 가장 최근 달성된 두 건의 노히터 기록이 모두 일본인 투수에서 시작됐다.

이마이 다쓰야(사진=휴스턴 애스트로스 SNS)이마이 다쓰야(사진=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1회의 악몽, 6이닝의 기적

만약 이날 1회만 보고 TV를 끈 사람이라면 이마이의 노히터 대기록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마이는 경기 초반 심하게 흔들렸다. 1회 24구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는 단 9개에 불과했다. 첫 네 타자 중 세 명에게 볼넷을 내주자 조시 밀러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불펜에서는 이미 다른 투수가 몸을 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조기 강판이 예상되는 최악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밀러 코치가 내려간 이후 이마이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이후 던진 73구 중 46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었다. 마운드 방문 이후 상대한 타자 16명을 연속으로 범타 처리했고, 중간에 볼넷 하나를 내준 뒤에는 곧바로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지웠다.

노히터나 퍼펙트게임 경기에는 반드시 빠지지 않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5회말 대니 잰슨의 타구가 큰 포물선을 그리며 워닝 트랙까지 날아갔으나, 중견수 제이크 마이어스가 몸을 날려 잡아냈다. 홈런을 직감한 듯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타구를 바라보던 이마이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이어스한테 한 턱 쏴' 소리가 절로 나오는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노히터도 불가능했을 거다.

이마이는 경기 후 현지 인터뷰에서 "1회에는 밸런스가 무너졌고 타이밍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리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조 에스파다 감독도 "1회를 보고 이런 결말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이마이가 계속 존을 두드리며 버텨낸 결과 역사를 만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이마이에겐 오늘 경기 1회만이 아니라 시즌 초반 전체가 위기였다. 이마이는 NPB 세이부 라이온즈 에이스 출신으로 통산 8시즌을 뛰며 세 차례 올스타에 오른 투수다. 지난 시즌 10승 5패 평균자책 1.92, 163이닝 178탈삼진의 압도적인 성적을 남기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문을 두드렸다. 올해 1월 휴스턴과 3년 최대 6300만 달러(약 911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으며 화려하게 입성할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초반 혹독한 시행착오와 적응기를 겪었다. 첫 5경기에서 평균자책 8.31로 무너졌고 4월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는 1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4사구 5개와 안타 1개로 3실점하고 강판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팔 피로 증세로 부상자 명단(IL)까지 다녀왔으나 복귀전에서도 4이닝 6실점으로 흔들렸다. 평균자책은 9.24까지 치솟았고, 팀 안팎에서 '계약 실패'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통역 문제로 이마이의 발언이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와전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은 "이마이만큼 올 시즌 휴스턴의 고전을 상징하는 선수는 없었다"고 썼다. 휴스턴은 에이스 헌터 브라운을 비롯해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등 선발 자원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이마이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그랬던 이마이가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대기록을 완성한 순간(사진=휴스턴 애스트로스 SNS)대기록을 완성한 순간(사진=휴스턴 애스트로스 SNS)


산타, 데뷔전에서 역사를 쓰다

대기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투수들도 완벽했다. 이마이에 이어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좌완 오커트는 볼넷 하나를 내줬으나 후속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바통을 이었다. 그리고 8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23세 우완 알림베르 산타가 빅리그 데뷔전에 나섰다.

노히터를 이어가는 중책을 맡은 상황에서도 산타는 침착했다. 2이닝 동안 타자 6명을 전원 범타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노히터를 완성했다.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빅리그 데뷔전에서 노히터 기록에 가담한 신인 투수는 산타가 최초다. 산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히터 상황인 건 알고 있었다. 불펜에서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휴스턴은 이날 기록으로 구단 역사상 다섯 번째 합작 노히터를 완성했다. 흥미롭게도 최근 MLB에서 나온 11번의 노히터 중 5번이 휴스턴의 작품이다. 이마이로서는 시즌 초반의 혹독한 시련과 경기 초반의 조기 강판 위기를 딛고 이뤄낸 노히터라 더 의미가 있다. 이날 경기가 이마이에게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자 완벽한 터닝포인트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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