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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을 사는 장소가 달라지고 있다. 백화점과 화장품 전문 매장, 온라인몰에 집중됐던 뷰티 유통이 약국과 균일가 생활용품점, 배달앱으로 확장되고 있다. 다른 업종 브랜드와 손잡고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는 사례도 늘었다. 제품 경쟁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장소와 방식까지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 약국에서 상담받고 화장품 산다…'파머시 뷰티' 등장
토니모리는 무신사 뷰티 홍대점 안에 들어선 '뷰티온누리약국'에 세라마이드 모찌 토너 등 제품을 입점했다고 4일 밝혔다.
뷰티온누리약국은 지난 9월 11일 문을 연 무신사 뷰티 홍대점 지하 1층에 자리 잡았다. 176㎡(약 53평) 규모로 약 270개 브랜드, 2000여 개 상품을 갖췄다. 일반적인 약국과 달리 뷰티 제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하고 약사가 상주해 일대일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발·두피, 여드름·트러블 등 소비자 고민에 따라 상품을 구분한 공간도 마련했다.
무신사는 약국과 뷰티 매장을 결합한 이 같은 형태를 '파머시 뷰티'라고 부른다. 화장품을 직접 살펴보는 쇼핑 공간에 약사의 상담 기능을 더한 방식이다.
토니모리는 세라마이드와 판테놀을 함유한 세라마이드 모찌 토너 등 피부 장벽과 보습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선보였다. 약사 상담이 이뤄지는 유통 채널의 특성을 고려해 NAD 등 기능성 성분을 내세운 제품 중심으로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뷰티 특화 약국 입점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약국을 K뷰티 쇼핑 채널로 활용하는 브랜드는 토니모리만이 아니다. 모공 관리 브랜드 비더스킨은 '뷰티파마시'를 통해 주요 상권 약국 50곳에 입점했다. 탈모·두피 케어 브랜드 리필드도 도심형 큐레이션 약국 'OWM' 9개 매장에 들어갔다.
약국 유통은 전문적인 상담과 제품 큐레이션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명동과 홍대, 인천공항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권에서는 약국이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쇼핑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 500~5000원 가격 경쟁력…다이소 뷰티의 성장
다이소는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뷰티 유통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아성다이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뷰티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증가했다. 9월 기준 입점 브랜드는 150여 개, 뷰티 상품은 2300여 종에 이른다.
다이소 뷰티의 핵심 경쟁력은 500원부터 5000원까지 이어지는 균일가 정책이다. 입점 브랜드에 가장 먼저 요구하는 조건도 이 가격 범위다. 소비자가 부담 없이 여러 제품을 구매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토니모리의 '본셉', 네이처리퍼블릭의 '식물원', 어퓨의 '더퓨어' 등 다이소 전용 브랜드도 늘고 있다. 기존 화장품 브랜드가 별도 브랜드와 제품을 구성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다.
다이소는 서울 건대입구에 뷰티 특화 매장도 처음 선보였다. 약 20평 규모 공간에 1800여 종의 상품을 배치했으며, 전체 상품의 약 80%를 뷰티 제품으로 구성했다.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화장품까지 함께 살 수 있었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뷰티 자체를 쇼핑 목적으로 삼는 매장으로 확장한 셈이다.
◼ 배달앱에서도 화장품 주문…구매 편의성 경쟁
뷰티 유통은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 배달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월 8일 도심형 뷰티 아웃렛 오프뷰티를 퀵커머스 서비스 '장보기·쇼핑'에 입점시켰다. 서울과 부산 등 주요 지역 직영점 30곳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판매 상품은 롬앤, 닥터지, 조선미녀 등 화장품 4000여 종이다. 소비자는 배달앱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배달 서비스를 통해 받아볼 수 있다. 다만 이용 가능 지역은 해당 직영점이 있는 지역으로 한정된다.
배민은 앞서 러쉬와 아리따움도 입점시켰다. 화장품 전문 온라인몰이나 브랜드 매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평소 사용하는 배달앱에서 뷰티 제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구매 경로를 넓힌 것이다.
채널별 경쟁력도 달라지고 있다. 약국은 상담과 전문성을, 다이소는 가격 접근성을, 배달앱은 구매 편의성과 속도를 앞세운다. 뷰티 브랜드 입장에서는 제품 특성과 주요 고객층에 맞춰 판매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 캠핑·패션 브랜드도 협업…업종 경계 넘는 판로 확장
유통 채널의 다변화는 뷰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패션과 캠핑 등 다른 업종에서도 기존 판매망을 벗어나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라이트브랜즈가 전개하는 캠핑 브랜드 디오디(DOD)는 이마트·맥스와 협업해 '블랙 토끼 포차 에디션'을 선보였다. 회사에 따르면 준비한 4000세트는 출시 1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다. 앞서 GS25와 두 차례 선보인 한정판 제품도 준비 물량이 조기에 소진됐다.
같은 회사의 패션 브랜드 키르시는 다이소와 협업해 키링과 파우치 등 63종을 출시했다. 하이라이트브랜즈에 따르면 하루 동안 진행한 온라인 팝업에서 준비 물량이 모두 판매됐다.
이 같은 협업은 브랜드가 기존 고객층과 다른 소비자를 만나는 수단이 된다. 캠핑 브랜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생활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패션 브랜드는 다이소의 가격 접근성을 활용해 상품 경험을 넓히는 방식이다.
◼ 토니모리, 국내 약국·다이소부터 미국 대형 유통망까지
토니모리의 유통 전략도 국내외에서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약국과 다이소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해외에서는 미국 울타 뷰티와 월마트, 타깃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진출 국가는 63개국이다.
약국에서는 상담과 기능성 제품을, 다이소에서는 전용 브랜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식으로 채널별 역할을 나누고 있다. 해외에서는 현지 대형 유통망을 활용해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접할 수 있는 판매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뷰티 유통의 경쟁은 이제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에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전문 상담을 원하는 소비자부터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배송을 중시하는 소비자까지 구매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브랜드들의 유통 채널 다변화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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