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미송고) "지쳐버린 왕즈이 무너졌다, 이게 안세영 클래스"…BWF 英 해설가 감탄→"WANG 랠리 끝날 때마다 고개 숙여, AN 공격 정말 정교"

(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마지막 퍼즐'이 채워졌다. '배드민턴 황제' 안세영(세계랭킹 1위)이 마침내 아시아 정상까지 정복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안세영은 12일(한국시간) 중국 닝보의 올림픽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끝난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개인전) 여자단식 결승에서 숙적 왕즈이(중국·세계 2위)를 게임스코어 2-1(21-12 17-21 21-18)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안세영은 2023 덴마크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우승, 같은 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금메달 등 배드민턴의 3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세계랭킹에서도 총 140주, 최근 78주 연속 1위를 유지하며 '배드민턴 황제'를 넘어 '역대 최고 선수' 논쟁의 중심에 서고 있다.
다만 유독 아시아선수권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는 안세영이 주요 국제대회를 모두 제패하고도 '그랜드슬램'을 완성하지 못한 유일한 이유로 남아 있었다.

안세영은 2022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서는 시드가 없던 왕즈이에 4강에서 역전패했고, 2023년 UAE 두바이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대만의 타이쯔잉에 1-2로 패했다.
이어 2024년 닝보 대회에서는 8강에서 허빙자오에 0-2로 패하며 탈락했고, 지난해 대회 역시 부상으로 불참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안세영은 유일하게 비어 있던 아시아선수권 타이틀까지 손에 넣으며 '그랜드슬램'이라는 상징적 업적을 완성했다.

1시간40분, 100분간 펼쳐진 이날 결승전은 '라이벌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혈투였다. 두 선수는 긴 랠리를 반복하며 체력 한계를 시험하는 승부를 펼쳤고, 경기는 결국 3게임까지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3게임은 이날 경기의 압축판과도 같았다.
이와 관련해 새계배드민턴연맹(BWF)이 국제신호로 제작하는 중계의 영어 해설을 맡고 있는 영국 선수 출신 해설가 벤 베크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 흐름을 상세히 짚었다.
그는 "이날 결승은 우리가 이 두 선수에게서 수없이 봐왔던 전형적인 맞대결이었다. 길고 고된 랠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왕즈이가 더 큰 영향을 받은 모습이었다. 거의 모든 랠리 이후 몸을 깊게 숙일 정도로 체력 소모가 컸다"며 "여기에 안세영의 매우 정교한 공격이 더해지면서 3게임에서는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베크먼은 "그럼에도 왕즈이는 끝까지 버텼다. 있는 힘을 쥐어짜며 결국 15-15 동점을 만들어냈다"며 극적인 흐름을 강조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승부를 가른 건 안세영의 '클래스'였다. 그는 "왕즈이에게 다시 희망이 생기는 듯한 순간, 안세영이 클래스 차이를 보여줬다"며 "곧바로 4연속 득점을 뽑아내며 격차를 벌렸고, 왕즈이가 추격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어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안세영이 21-18로 경기를 마무리했다"며 "첫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전했다.
동시에 패자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베크먼은 "왕즈이 역시 끝까지 모든 것을 쏟아냈다. 정말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버텨낸 경기였다"며 극한의 체력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투혼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안세영은 지난해 1월부터 왕즈이와 치른 10번의 국제 대회 결승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으나 지난달 전영 오픈 결승에서 일격을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안세영은 왕즈이의 정상 등극을 지켜보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으나 단상에 내려온 뒤엔 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다짐했다. 바로 다음 대회인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그것도 적지 중국에서 한 달 전 패배를 되갚는데 성공했다.

이날 우승은 단순한 설욕을 넘어선 결과였다. 아시아선수권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채우며 커리어의 빈틈을 완전히 메운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라이벌을 상대로 가장 필요한 순간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컸다.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던 한 달 전의 패배는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되갚아졌고, 안세영은 이제 명실상부한 '완전체 챔피언'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기준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 벤 베크먼 인스타그램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