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의 진화①] 매년 30~50% 증가…일상까지 침투

30%~50% 증가..굿즈의 시대 열렸다
"경험으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역할"


K팝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시장이 커지면서 공식 상품도 더 다양해지고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굿즈가 기념품의 의미를 넘어 일상 생활까지 파고들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2024년 9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24 TMA' 참석 가수들의 단체 사진 촬영 모습. /이효균 기자

아이돌 시장이 커지면서 IP(지식재산권) 활용에 대한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공식 상품(MD, 굿즈)이 있다. 주요 매출원인 앨범 판매와 콘서트가 성장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고 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굿즈는 확장성이 무한하다. 기념의 의미를 넘어 일상까지 파고들며 파이를 키우고 있다. 이제 굿즈의 시대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앨범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이를 대체할 핫한 시장이 있다. MD 또는 굿즈로 칭하는 기획 상품들이다.

지난해부터 K팝 앨범 판매량이 족히 30~40%는 줄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활동과 인기에 따라 증감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안정 궤도에 오른 대다수의 아이돌 그룹 앨범 판매량이 일제히 그 정도 줄어든 건 분명하다. 2023년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550만 장이었는데 2024년과 2025년 300만 장 초반에 그친 것도 이에 부합한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공연 등 오프라인 행사가 사라지면서 앨범에 돈이 몰렸고 마침 K팝의 글로벌 성장세와 맞물리면서 판매량이 무섭게 치솟았는데 이제 그 돈이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으로 가는 물량과 더불어 '앨범 밀어내기'(팬사인회 조건으로 업체에 앨범 선판매)가 줄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유야 어떻든 행사 응모나 포토카드 수집 등 팬덤이 실물 음반을 대량 구매하던 동기가 떨어졌다는 건 명확해 보인다. 그렇다고 K팝의 글로벌 인기가 하락세인 건 아니다. 앨범 판매량이 줄어든 자리를 콘서트와 굿즈(goods. 기획 상품)가 넉넉히 채운다. 콘서트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고, 굿즈는 더 다양화되고 판매량 역시 급증 추세다.

콘서트의 경우 아레나급(1~2만석)으로 10회 이상 투어를 하는 팀은 이제 차고 넘친다. 그렇다 보니 전 세계 주요 도시 각국의 공연장을 대관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최정상급 아이돌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투어를 1년에 한 번은 해야하는데 대관이 어떻게 잡힐지 몰라서 몇달을 그냥 통으로 비워두고 대관에 따라 스케줄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콘서트는 공연장 수가 정해져 있고, 아티스트가 물리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회차에 한계가 있다. 이는 성장 속도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성수동 사옥 지하에 '광야'라는 이름의 복합 문화 공간을 마련했다. 아티스트 콘텐츠 전시부터 MD 판매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정병근기자

30%~50% 증가..굿즈의 시대 열렸다

반면 굿즈는 얘기가 다르다. 특히 2020년대 들어 많은 기획사들이 IP(지식재산권) 활용에 사활을 거는데 IP는 물리적인 한계가 없어서다. 그중 대표적인 IP 활용법이 바로 굿즈고 최근 가장 '핫'한 시장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앨범 판매량이 확 줄어들었는데 대신 근 1년 새 굿즈 판매량이 엄청 늘었다. 최소 30%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아예 사내에 전담 부서들을 만들어 모든 절차를 직접 진행하고 총괄한다. 그만큼 시장이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

하이브에서 공식 상품 관련 전문 사업을 담당하는 IPX 본부는 "최근 몇 년간 아티스트 사업 구조 내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하이브 공시자료 사업보고서 기준) 매출액 기준으로 매년 전년 대비 30% 내외의 꾸준한 매출 증가를 기록했으며 매출 비중으로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래 전부터 IP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관련 상품들을 내놓은 SM엔터테인먼트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5년도 공시 자료를 보면 4분기 MD/라이선싱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약 50% 증가했다.

과거에도 굿즈는 있었다. 최근 몇 년 새 달라진 점이라면 엔터 업계에 깊이 스며든 IT 기술과 트렌드 변화다. 글로벌 팬 플랫폼과 대형 기획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온라인몰이 활성화되면서 전 세계에서 굿즈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고, 아티스트의 컴백과 함께 여는 팝업 스토어가 일반화되고 진화하면서 굿즈의 다양화를 부추겼다.

K팝의 시작과 성장을 견인한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굿즈를 파는 전용 샵을 운영했다. 그리고 4년여 전엔 '광야'라는 이름을 붙인 스토어를 오픈했다. 그 과정을 모두 함께 한 '광야'의 총괄 매니저는 "그때와 지금은 천지차이"라며 "상품도 다양해지고, 특별한 의미를 담은 상품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에 시즌그리팅, 포토카드, 응원봉 정도에 한정됐던 굿즈는 이제 그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 기념품부터 놀이 도구와 생활 용품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기존에 있던 상품을 골라 조금 변형한 뒤 일명 택갈이를 하던 것에서 벗어나 기획과 디자인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이면서 만듦새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하이브는 용산 사옥 1층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아티스트가 컴백할 때마다 관련 콘텐츠와 공식 상품으로 채운다. 최근 방문했을 땐 방탄소년단으로 채워져 있었다. /정병근기자

"경험으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역할"

굿즈는 단순히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체험과 경험이라는 가치도 지닌다. '광야'는 그 가치 실현에 최적화됐다. 총괄 매니저는 "'광야'로 오면서 SM만의 색깔이 강해졌다. 이전의 스토어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중한 공간에 그쳤다면, '광야'는 전시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고 방문하는 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확장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일상까지 굿즈가 파고들었다. 상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소장가치를 높였고, 간직하고 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평소 일상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굿즈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

SM엔터테인먼트의 '광야' 관계자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로고 중심의 상품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아티스트의 세계관이나 콘셉트를 반영한 디자인,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으로 카테고리가 다양해졌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하이브 IPX 본부는 "최근 2~3년 사이 공식 상품(MD) 시장은 단순한 기념품의 영역을 넘어 팬덤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세 가지 주요 흐름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소장용 굿즈에서 '일상 속 라이프스타일'로의 확장, 캐릭터 IP의 진화, 체험형 유통 채널의 다변화를 꼽았다.

하이브는 최근 사옥 1층에 아예 상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광야가 소속 아티스트의 굿즈를 모두 모아놨다면, 하이브의 팝업은 아티스트가 컴백할 때마다 해당 아티스트의 상품으로 새단장을 한다. 최근엔 지난 20일 컴백한 방탄소년단의 상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다음 아티스트가 컴백하면 공간은 바뀐다.

팬들은 기념할 만한 장소에 가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다. 하이브 팝업 스토아에서 만난 20대 대만인 여성은 방탄소년단의 티셔츠를 구매한 뒤 정국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인증샷을 촬영했다. /정병근기자

지난달 31일 하이브의 팝업 스토어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일본인 여성은 티셔츠를 구매했다. 그는 "이걸 입고 콘서트에 꼭 가고 싶다"며 "이곳에 처음 왔다. 상품들이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굿즈는 하나씩 구매해서 쫙 진열해 놓고 보는 재미가 있다. 앨범과 다른 의미에서 기념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기념'은 팬들이 굿즈를 구매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아티스트를 캐릭터화한 인형이 인기인데, 팬들이 가는 장소마다 그 인형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이다. '기념'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이날 하이브 팝업에서도 많은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영상이 나오는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한 달 전 대만에서 한국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왔다는 20대 여성은 티셔츠를 구매한 뒤 정국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인증샷을 촬영했다. 그는 "평소에 입을 수 있어서 티셔츠를 구매했다"며 '앨범과 굿즈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뭘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굿즈가 더 좋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어서 더 밀착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이브 IPX 본부는 "이제 MD는 앨범이나 콘서트를 기념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구매하는 단계를 넘어 팬들의 일상이 아티스트와의 즐거운 경험으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팬 경험의 지속성을 위한 매개체, 아티스트와 팬이 공유하는 공통의 언어, 나를 표현하는 라이프스타일 아이덴티티로 팬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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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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