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신공항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아이들의 교실이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진다…군위군 교육혁신의 진짜 과제

지난 6월 10일 군위중학교에서 열린 '지역 교육혁신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왼쪽 여섯 번째), 김진열 군위군수(일곱 번째), 최교진 교육부 장관(여덟 번째) 등 교육 관계자들이 농촌 소규모 학교 혁신과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한 협력을 다짐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군위군

[더팩트 | 군위=정창구 기자] 지방소멸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마을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줄어들고, 학교 운동장이 텅 비어가며, 젊은 부부들이 자녀 교육을 이유로 하나둘 고향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이들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젊은 가족이 떠나고, 지역 상권이 위축되며, 마침내 마을의 미래마저 흔들린다. 농촌에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지탱하는 마지막 버팀목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 군위군의 교육혁신선도지역 선정은 단순한 국비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군위군은 교육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5년간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한 총 147억 5000만 원을 교육혁신에 투입한다. 소규모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해 농촌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2월 27일 군위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년 군위군교육발전위원회 장학금 전달식'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김진열 군위군수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군위군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군위군은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군부대 이전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신공항이 들어서고 산업시설과 주거단지가 조성되면 지역의 외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건물이 들어선다고 사람이 저절로 모이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가 생긴다고 젊은 가족들이 반드시 정착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일할 곳을 찾아 지역에 왔다가도 아이를 가르칠 학교가 마땅치 않으면 결국 떠날 수밖에 없다.

신공항이 지역 성장의 동력이라면 교육은 그 성장을 지속시키는 뿌리다. 아무리 거대한 개발사업이라도 사람이 머물지 않는다면 지역 발전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군위군의 교육혁신은 신공항 건설 못지않게 중요한 미래 투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소규모 학교의 경쟁력 강화다.

그동안 농촌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통폐합과 교육환경 축소의 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작은 학교가 반드시 경쟁력 없는 학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생 한 명 한 명의 적성과 재능을 세심하게 살피고,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특성화 교육을 통해 도시학교와 차별화된 교육 모델을 만들 여지도 있다.

문제는 이를 실현할 정책의 지속성과 실행력이다.

5년간 147억 5000만 원이라는 예산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예산이 투입됐다는 사실만으로 교육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군위중학교에서 열린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참관 행사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참관한 김진열 군위군수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거나 브이(V)자를 그리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군위군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얼마나 개설됐는지보다 학생들이 실제로 얼마나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얻었는지, 교육시설을 얼마나 확충했는지보다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불안을 얼마나 덜었는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업이 끝나는 5년 뒤에도 교육환경 개선 효과가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군위군은 이미 교육발전위원회와 인재양성원 등 교육지원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번 사업이 기존 교육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교육투자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교육혁신을 행정기관의 성과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학교와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빠진 교육정책은 자칫 예산만 쓰고 성과는 남기지 못하는 사업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위군이 마련한 청소년 진로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김진열 군위군수와 함께 직접 만든 모형 비행기를 날리며 항공 분야에 대한 꿈과 진로를 탐색하는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군위군

군위군이 내세운 '교육 때문에 떠나는 지역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찾아오는 지역'이라는 목표 역시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통학 여건, 돌봄 체계, 방과후 교육, 진로·진학 지원 등 학부모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지방소멸을 막는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아이들이 고향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군위의 교육혁신이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결국 여기에 있다.

국비 100억 원을 확보했다는 발표보다 5년 뒤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자녀교육 때문에 떠나려던 가족들이 얼마나 지역에 남아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신공항은 하늘길을 열고, 교육은 지역의 미래를 연다.

군위군이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은 학교 건물만이 아니다. 그 안에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며, 그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지역의 내일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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