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외상으로 명절 선물했다간…증권가, 자녀 계좌 '빚투' 차단령

금융당국, 미성년 미수거래 금지 검토…KB·삼성 이어 신한도 '빗장'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미수거래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추석 명절 연휴 기간 친지들에게 받을 용돈이나 부모의 명절 상여금 등을 대비해 외상으로 자녀에게 주식을 선물하려던 부모들은 앞으로 자녀 명의 계좌의 매매 설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미성년자 계좌를 활용한 외상 주식 투자(미수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업계 전반에 미성년자 미수거래를 금지하는 자율 규제 기조를 정착시키고, 이를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이나 각 사 내부통제 기준 등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성년자의 경우 직접 투자 시 투자 판단이 성숙하지 않은 데다, 부모가 자녀 계좌를 이용해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거나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추진성과 및 과제'를 통해 미성년자에게 미수거래나 레버리지 상품 등 고위험 투자를 권유·유도하는 행위를 대표적인 불합리한 영업 관행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미성년자의 '빚투'(빌려서 투자) 규모는 가파르게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10대 증권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만 20세 미만 투자자의 미수금 잔액은 올해 1월 1억2000만원에서 6월 2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수금 결제 대금을 미납해 발생한 반대매매 체결 금액도 2억6000만원에 달한다.

주식 미수거래는 전체 매수 대금의 30~40%의 증거금만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매수한 뒤 2거래일 뒤에 결제 대금을 갚은 매매 방식으로 시장에서는 초고위험 수준의 거래 행태로 불린다. 보유한 현금이 모자라도 주가 상승에 따라 큰 차익을 낼 수 있으나 예상과 다르게 주가가 급락한다면 원금을 크게 넘어서는 손실을 보고 결제 대금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당국의 이러한 권고에 따라 증권가 움직임도 분주하다. 국내 증권사들은 시스템 전면 수정에 착수하며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KB증권은 지난 7월 미성년 미수거래 신규 신청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는 기존 이용 계좌까지 포함해 현금 증거금 100%를 강제 적용했다. 삼성증권 역시 이달 4일부터 만 19세 미만 계좌의 미수거래를 전면 차단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다음 달 12일부터 관련 거래를 제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이 가능한 초대형 투자은행(IB)들도 미성년자 계좌에 증거금률 100%를 적용해 보유한 현금 범위 내에서만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당국의 미성년자 미수거래 금지 권고와 증권가의 미수거래 제한 등 움직임에 대해 미성년자의 건전한 자산 형성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미성년자 계좌는 원칙적으로 친권자의 관리하에 운영돼야 하지만, 비대면 개설 편의성을 악용해 부모가 자녀 명의로 무리하게 미수를 당겨쓰거나 반대로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 정보만 믿고 무모한 '빚투'에 노출되는 등 우려가 컸다"며 "단순한 투자자 보호를 넘어 미성년자 계좌를 활용한 편법 투기 행위를 뿌리 뽑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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