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방치된 유령 건물"…한전 울릉지사 '갑질 행정'에 주민들 뿔났다

우체국 앞 병목 현상…철거 요구에도 한전 '묵묵부답'
봄철 산채 택배 전쟁 속 '아수라장'…천부리 주민 불편


이른 아침부터 우체국 택배를 보내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였다. /독자 제공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경북 울릉군 북면 천부리의 한전아파트 입구. 32.24㎡ 남짓한 낡은 시멘트 벽돌 건물이 수십 년째 흉물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사무실로 쓰였으나 20여 년간 비어 있는 이 '유령 건물'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무거운 산채 박스 들고 끙끙"… 우체국 앞은 매일 '아수라장'

23일 <더팩트>취재를 종합하면 사무실 부지가 도로 돌출부에 위치한 탓에 인접한 우체국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매일 '주차 전쟁'을 치른다. 특히 봄철 산채 수확기를 맞은 요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른 아침부터 갓 수확한 나물 택배를 보내기 위해 모여든 어르신들은 좁은 도로 사정 때문에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무거운 박스를 직접 옮겨야 하는 처지다.

주민들은 "사용하지도 않는 건물이 길목을 딱 막고 있어 차량 정체가 심각하다"며 "나이 많은 노인들이 뙤약볕 아래 긴 줄을 서서 짐을 나르는 모습을 보면 한전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부우제국에 가까이 붙어 있는 한전 사무실. 해당 사무실은 1980년에 건축돼 20년넘게 사용하지 않고 방치돼 있다. /독자 제공

울릉군 "비용 낼 테니 철거하자" 제안에도 한전은 '요지부동'

주민 불편이 가중되자 울릉군은 한전 측에 "군에서 비용을 부담할 테니 건물을 철거하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한전은 요지부동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오히려 한전은 과거 우체국 민원인들을 위해 개방했던 아파트 내 주차장마저 최근 쇠사슬로 폐쇄했다. 철거 요구가 거세지자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주민 A(57) 씨는 "사유지 곳곳에 전봇대는 마음대로 박아놓으면서 정작 주민들이 수십 년째 요구하는 낡은 건물 하나 치워주지 않는 것이 국민 기업의 태도냐"며 "자기들 편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공기업"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은 "수십 년간 군수가 바뀔 때마다 철거를 건의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할머니 한 분이 손수레로 택배 박스를 옮기다 차에 치일 뻔했다. 사고가 나야만 해결하려는 '뒷북 행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이장은 이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체국 이전이다. 주민 숙원 해결을 위해 삭발 투쟁이라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의지를 보였다.

좁은 골목에 사용하지 않는 사무실이 방치돼 차량 통행이 어려워 보인다. /독자 제공

◇"국민 기업 구현" 외치더니…현장은 '불통'

천부 발전협의회 관계자는 한전의 비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한전이 겉으로는 '고객 중심 서비스 혁신'을 외치지만 현실은 불합리한 규제로 주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며 "진정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당장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울릉지사 관계자는 "주민들께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다음 달쯤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매각이나 보수 등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20년 넘게 방치된 낡은 콘크리트 덩어리가 '신뢰의 한전'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드는 가운데, 한전이 이번에는 주민들의 간절한 요구에 실질적인 해답을 내놓을지 지역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전이 민원인들을 위해 개방했던 아파트 내 주차장마저 최근 쇠사슬로 폐쇄했다. /독자 제공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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