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본 간다고?” 했는데 이번엔 여기였다…한국인 발길 지방 소도시로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를 반복해서 찾던 여행객들이 이제는 일본 지방 도시와 섬, 온천마을까지 여행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한 여행객이 늘면서 유명 관광지를 다시 찾기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을 찾아가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교토 자료사진. / Sean Pavone-shutterstock.com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85만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7% 증가했다. 8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같은 달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약 27%로, 외국인 관광객 4명 중 1명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올해 들어 누적 방문객 수도 빠르게 늘었다. 1~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42만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증가했다. 9월 이후 월평균 약 64만5000명이 추가되면 연간 1000만명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방일 한국인이 945만9600명으로 처음 9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1년 만에 또다시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 증가가 눈에 띄는 곳은 대도시만이 아니다. 일본 관광청의 숙박여행통계에서도 한국인의 여행 동선이 일본 각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2025년 기준 한국인의 누적 숙박 수는 도쿄도가 367만6000박으로 가장 많았고 후쿠오카현 288만3000박, 오사카부 283만5000박, 홋카이도 237만5000박, 오키나와현 115만3000박 등이 뒤를 이었다.

규슈와 시코쿠에서는 한국인 비중이 특히 높았다. 규슈 7개 현의 외국인 누적 숙박 수 가운데 한국인은 430만2000박을 차지했다. 전체 외국인 숙박의 35.8%다. 오이타현은 38.9%, 후쿠오카현 36.8%, 가고시마현 34.3%, 사가현 34.2%로 한국인 비중이 모두 30%를 넘었다.

교토 자료사진. / Guitar photographer-shutterstock.com

시코쿠도 비슷하다. 4개 현의 외국인 전체 숙박 수 가운데 한국인은 41만6000박으로 24.2%를 차지했다. 에히메현에서는 한국인 비중이 42.4%까지 올라갔다.

한국인 여행객이 지방 도시를 찾는 이유는 각 지역이 가진 관광 콘텐츠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에히메현에서는 마쓰야마와 도고온천이 대표적이다. 도고온천은 3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온천으로 알려져 있으며, 1894년에 지어진 도고온천 본관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마쓰야마성도 에히메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세토내해를 따라 이어지는 시마나미카이도는 자전거 여행지로도 알려져 있다. 에히메 공식 관광 사이트는 도고온천 본관과 마쓰야마성, 시마나미카이도, JR 시모나다역 등을 주요 관광지로 소개하고 있다.

먹거리도 여행 목적이 된다. 에히메에서는 감귤류가 유명하며, 마쓰야마 지역에서는 도미를 밥 위에 올려 먹는 ‘도미밥’ 등이 지역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온천과 성, 지역 음식 등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어 짧은 일정으로도 지방 여행을 구성하기 쉽다.

가가와현은 ‘우동현’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하다. 현내에는 600곳이 넘는 우동 가게가 있으며, 쫄깃한 면발과 멸치 등을 활용한 육수가 특징이다. 리쓰린공원과 고토히라구 신사도 대표적인 관광지다.

가가와에서는 단순히 우동을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고토히라구 신사 인근의 나카노 우동 학교에서는 사누키 우동 반죽과 면 뽑기, 조리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나오시마 등 세토내해의 섬을 찾는 여행객에게는 현대미술도 주요 콘텐츠다. 가가와현 공식 관광자료는 나오시마와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리쓰린공원 등을 지역 관광자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도쿠시마현으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여행이 가능하다. 가장 유명한 관광자원 가운데 하나가 나루토 해협의 소용돌이다. 오나루토대교 아래에 설치된 ‘우즈노미치’에서는 해상 약 45m 높이에서 유리 바닥을 통해 소용돌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관조선을 이용하면 해협 가까이에서 조류의 움직임을 볼 수도 있다.

도쿠시마의 먹거리로는 도쿠시마 라멘이 있다. 도쿠시마 시내에만 100곳이 넘는 관련 음식점이 있으며, 간장과 돼지뼈를 바탕으로 한 진한 국물에 돼지고기와 날달걀을 곁들이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나루토 미역과 나루토 긴토키 고구마도 지역 특산물이다.

규슈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대도시 밖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쿠오카에서 시작해 벳푸·유후인 등 오이타현으로 이동하거나 사가, 가고시마 등으로 여행 동선을 넓히는 방식이다.

오이타현에서는 벳푸 온천이 대표적이다. 벳푸의 ‘지옥순례’는 철륜·가메가와 지역의 7개 온천 분출지를 둘러보는 관광 코스다. 바다지옥, 오니이시보즈지옥, 가마도지옥, 오니야마지옥, 시라이케지옥, 지노이케지옥, 다쓰마키지옥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온천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바다지옥·시라이케지옥·지노이케지옥·다쓰마키지옥은 국가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지역 음식도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규슈에서는 지역별로 닭고기 요리와 돼지고기 요리, 라멘, 해산물 등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다. 특히 오이타현에서는 ‘토리텐’이 지역 대표 음식으로 꼽히며, 온천 관광과 함께 지역 음식을 찾는 여행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일본 지방 여행의 장점은 대도시와 다른 여행 경험을 짧은 일정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도쿄에서 쇼핑을 하고 오사카에서 먹거리를 즐기는 여행이 익숙해진 관광객이라면 온천이나 지역 음식, 자연경관, 전통문화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나설 수 있다.

한국인 관광객의 일본 재방문이 늘면서 여행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처음 일본을 찾을 때는 도쿄·오사카·후쿠오카 같은 대표 도시가 목적지가 되지만,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은 규슈의 다른 현이나 시코쿠, 온천 지역 등으로 관심을 넓힐 수 있다.

일본 관광 당국 역시 한국 시장을 이미 방문 수요가 충분한 시장으로 보고 단순 관광객 숫자 확대보다는 MICE와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일회성 관광이 아니라 반복 방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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