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엔 구경도 못 하나… 산지 시세 2배 폭등하며 밥상서 지워진 '가을 별미'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옛말이 있을 만큼, 전어는 오래전부터 가을철 밥상을 대표하는 별미로 꼽혀왔다. 그런데 올해는 정작 대형마트 매대에서 이 흔했던 생선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가을 전어 자료사진. / bigshot01-sutterstock.com

여름 내내 키운 지방, 가을엔 봄의 3배

전어가 유독 가을에 각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4~6월 산란을 마친 전어는 여름 내내 몸에 영양분과 지방을 채우는데, 이 때문에 가을이 되면 지방량이 봄철보다 최대 3배까지 늘어나면서 고소한 맛이 절정에 이른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가을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 말"이라는 속담도 이런 계절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100g당 단백질 24.4g에 열량 120㎉인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인 데다, 혈행 개선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과 뼈째 먹어 얻을 수 있는 칼슘까지 풍부해 영양학적으로도 손색없는 가을 생선으로 꼽힌다. 서해와 남해에서 8월 중순부터 어획이 시작돼 전국 곳곳에서 전어축제가 열리고,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싱싱한 전어회를 맛보려는 발길이 남해안으로 이어지는 게 매년 반복되는 가을 풍경이었다.

이상 고수온에 어획량 70%↓…산지 시세는 두 배로

하지만 올가을 이 익숙한 풍경에 제동이 걸렸다. 대형마트 매대에서 전어가 사라진 배경에는 산지 조업난과 유통 구조의 한계가 겹쳐 있다. 이상 고수온으로 전어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70% 넘게 급감하면서 산지 시세가 두 배가량 폭등한 탓이다. 어획량이 부족해지자 한정된 물량은 고단가를 매길 수 있는 횟집 등 외식업계로 먼저 흘러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가 주로 취급하는 구이·조림용 선어 물량은 산지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수온으로 산지 어획량이 급감해 시세가 크게 뛴 데다, 나오는 물량마저 단가가 높은 횟감용으로 식당 등에 우선 쏠리면서 유통용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어 판매는 일시 중단한 상태이며, 앞으로 산지 조업 동향과 수급 시황을 지켜보며 재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해안 수온 10년 새 최고치…전어는 찬물 찾아 떠났다

근본적인 원인은 연안을 덮친 이상 고수온이다. 올여름 남해안의 평균 표층 수온은 25.4도까지 올라 최근 10년 새 가장 높았다. 적정 수온을 벗어나면 찬 바닷물을 찾아 이동하는 전어의 어종 특성상, 주 조업 구역인 연안에서 개체 수 자체가 급감한 것이다. 실제로 경남 마산수협 남성공판장의 지난달 전어 취급량은 2653㎏으로, 지난해(8003㎏)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전어회 자료사진. / Hyejin Kang-shutterstock.com

정부 비축을 통한 수급 조절이 불가능한 품목이라는 점도 사태를 키웠다. 오징어나 명태, 고등어처럼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어종은 정부가 냉동 비축 물량을 풀어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지만, 전어는 주로 살아있는 활어나 당일 조업된 선어 상태로 소비되는 생선이어서 애초에 사전 비축이나 방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전어가 가을철 수산 매장의 집객을 이끄는 대표 품목이지만 원물 단가가 워낙 비싸진 데다 산지 물량도 부족해 대형 유통망에서조차 취급이 쉽지 않다며, 해수면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 연안 어장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이런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회 대신 구이?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

전어는 원래 시기에 따라 즐기는 방식도 달랐다. 가을 초입에 잡히는 전어는 가시가 연해 회나 회무침으로 먹기 좋고, 가을이 깊어져 가시가 억세지면 구이로 즐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남아 있는 물량마저 횟감용으로 쏠리면서, 서민들이 즐겨 찾던 구이용 전어조차 구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가을 자연스럽게 밥상에 오르던 생선 한 마리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수온 앞에서는 더 이상 당연한 존재가 아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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