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내일]“명절이 가장 괴롭다…”아이를 잃은 부모의 추석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자료 사진 / 위키트리

추석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이다. 하지만 수십 년째 실종된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들에게는 '명절'이라는 단어가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 장기실종아동 가족들은 어린이날이나 아이의 생일과 함께 명절이 가장 견디기 힘든 때라고 말해왔다.

2000년 5월 7일 경기도 안산시 집 앞 골목에서 당시 만 4세였던 아들 최진호 군을 잃어버린 최명규 씨도 그렇다. 진호 군이 사라진 뒤 최 씨의 일상은 아이를 찾는 일이 됐다. 제보가 들어오면 곧바로 전국 어디든 찾아갈 수 있어야 했기에 일정한 직장을 갖기도 쉽지 않았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도 지방에 내려갈 때면 주변에 전단을 돌렸다. 집에서 약 1㎞ 떨어진 저수지의 물까지 빼며 아들의 흔적을 찾았지만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최 씨는 2023년 추석을 앞두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진호 군을 잃은 뒤 명절을 제대로 챙긴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가족들이 함께 손을 잡고 선물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어 명절이면 외출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한 귀성길과 가족의 모습이 그에게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인 셈이다.

30년 넘게 차리지 못한 아들의 명절 밥상

사진=아시아투데이

비슷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은 또 있다. 1992년께 당시 6세였던 이동가 군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30년 넘게 아들의 행방을 찾고 있다. 아들의 얼굴이 담긴 전단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누군가 버리고 간 전단을 발견하면 아들의 얼굴이 사람들의 발에 밟힐까 다시 주워 들기도 했다. 아이를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집 안의 생활까지 바꿨다. 자신은 따뜻한 곳에서 지내면서 아이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방을 따뜻하게 하지 못한 채 지내왔다고 한다.

특히 추석이 찾아오면 그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풍성하게 음식을 차리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날이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2023년 당시 그는 이듬해면 일흔을 앞두고 있다며 살아 있는 동안 아들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명절은 누군가에게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날이지만, 장기실종아동 가족에게는 비어 있는 한 자리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의 모습은 실종 당시 사진과 달라지고 부모 역시 나이가 든다. 하지만 가족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 언젠가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은 채 또 한 번의 명절을 맞는다.

추석 연휴 전날 편의점에서 발견한 20년 전 자신의 얼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자료 사진 / 위키트리

실제로 추석을 앞두고 오랜 기다림이 끝난 가족도 있다. 2020년 당시 24세였던 강영희 씨는 추석 연휴 전날 집 근처 CU 편의점에 들렀다가 계산대 결제 단말기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에는 장기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사진과 신상정보가 나오고 있었다. 그중 한 사진이 강 씨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었다. 강 씨는 2000년 6월 당시 네 살의 나이로 가족과 헤어졌다. 이후 아동보호시설에서 성장했지만 자신이 실종아동이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부모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강 씨의 가족은 오랜 기간 아이를 찾아왔고 2020년 8월 아동권리보장원 사례관리 대상자로 강 씨를 등록했다. 이후 아동권리보장원과 CU가 진행하던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을 통해 같은 해 9월 전국 약 1만 4000개 CU 점포의 결제 단말기에 강 씨의 어린 시절 사진과 정보가 노출됐다. 그리고 바로 그 사진을 당사자인 강 씨가 직접 보게 됐다. 처음에는 자신이 실종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강 씨가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에 정보 확인을 요청했고, 상담과 경찰 제보 등 확인 절차를 거쳐 결국 20년 동안 헤어져 있던 가족을 찾았다. 주변 사람이 사진을 알아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실종 정보를 발견하면서 가족을 찾게 된 이례적인 사례였다. 강 씨는 당시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추석을 앞두고 가족을 찾게 된 기쁨과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가족을 만나기 하루하루 기다리던 누군가에게 실제로 추석이 재회의 명절이 된 사례다.

20년 넘게 돌아오지 못한 아이 1242명, 지금도 기다림은 계속된다

사진=유튜브 KBS News

대부분의 실종아동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가족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가족에게 재회의 순간이 찾아온 것은 아니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이 2026년 제20회 실종아동의 날을 맞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실종아동의 99%는 한 달 안에 가정으로 복귀하고 있다. 반면 실종된 지 20년이 넘도록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아동은 1242명에 달한다.

어린아이였던 실종아동 가운데 상당수는 이제 성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모습 역시 수십 년 전 어린 시절 사진에 머물러 있다. 강영희 씨의 사례처럼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반복해서 사진과 정보를 알리는 일이 실제 가족 상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가족도 한 장의 사진을 계기로 다시 연결됐다.

그래서 장기실종아동을 찾는 일은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끝난 일이 될 수 없다. 올해 추석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향한다. 같은 시간 어딘가에서는 수십 년째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며 명절을 보내는 가족도 있다. 오래전 거리에서 보았던 얼굴, 온라인에서 지나친 사진 한 장, 평범하게 스쳐 간 누군가가 한 가족이 평생 찾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위키트리는 장기실종아동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다. 기사와 캠페인을 통해 소개되는 실종아동들의 얼굴과 정보를 한 번 더 눈여겨봐 주길 바란다.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오랜 기다림을 끝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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