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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명절 음식 준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전을 부치려면 애호박과 동태, 돼지고기, 계란 등 재료를 따로 장만해야 하는 데다 손질과 조리에도 상당한 시간이 들어간다. 올해는 주요 식재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직접 명절 음식을 만드는 대신 완제품이나 간편식으로 상차림을 대신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차례를 지내는 가구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도 뚜렷하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4~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에 차례나 제사를 지낼 계획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0%였다. 202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은 각각 35%였고, 지난해 설은 40%였다.
올해 추석 차례상에 들어가는 주요 식재료 가격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지난 9일 서울 전통시장 16곳과 대형마트 8곳, 가락몰 등 25곳에서 6인 가족 기준 성수품 34개 품목의 구매 비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평균 5.1% 상승했다. 채소류 가격이 평균 14.7%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전 재료로 많이 쓰이는 애호박은 지난해보다 43.8% 올랐다. 돼지고기는 18.5%, 동태살은 20.1% 상승했다. 무는 24.9%, 도라지는 23.0% 올랐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각각 7.4%, 6.2% 상승했다. 공사는 여름철 폭염과 잦은 비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차례상 비용도 30만원을 넘어섰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10~11일 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 등 6개 도시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상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30만375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4.1% 오른 금액이다. 대형마트에서 같은 품목을 구매할 경우 36만1300원, 온라인에서는 36만2970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35만2553원, 대형마트 43만2062원, 온라인 플랫폼 37만367원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18.4% 저렴했지만, 전통시장에서도 30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관마다 조사 시점과 품목, 수량 등이 달라 금액에는 차이가 있지만, 올해 차례상 준비 비용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결과가 나온 셈이다.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기보다 필요한 음식만 구매하려는 수요도 유통업계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자체 브랜드 피코크의 제수용 간편식 55종을 운영하고 있다. 송편과 모둠전 등 제수용 간편식은 추석 당일까지 행사 카드 결제 시 최대 20% 할인한다.
판매 실적도 증가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행사 기간 피코크 전·떡갈비·너비아니류 매출은 전년보다 12% 늘었다. 완성된 차례상 음식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키친델리 나물류 매출은 14%, 튀김·너비아니류 매출은 29% 각각 증가했다.
상품 종류도 늘었다. 이마트 피코크의 추석 간편식은 2024년 37종에서 올해 55종으로 확대됐다. 필요한 음식만 골라 구매하는 방식에 맞춰 모둠전과 나물, 떡갈비 등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롯데마트 역시 냉동 명절 간편식 품목을 기존 50여 종에서 60여 종으로 늘리는 등 간편식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도 명절 음식의 간소화 흐름에 맞춰 전과 잡채, 불고기, 나물 등을 한 번에 담은 간편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GS25는 동그랑땡과 오미산적, 고기버섯잡채를 담은 ‘추석 잡채&전’을 6900원에 선보였다. 앞서 출시한 ‘이달의 도시락 한가위편’에도 전류와 잡채, 떡갈비, 닭갈비, 송편 등이 들어갔다.
세븐일레븐은 소불고기와 모둠전, 오리훈제구이 등 11가지 반찬을 담은 ‘복가득담은한상도시락’을 출시했다. 지난해 추석이 포함된 10월 명절 콘셉트 간편식 매출은 전년 추석이 있었던 9월보다 삼각김밥이 23%, 도시락이 15% 증가했다.
이마트24도 흑미밥과 돼지불고기, 전, 잡채, 삼색나물, 약과 등을 한데 담은 ‘한가위보름달만찬’을 선보였다. 식사부터 후식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해 혼자 명절을 보내거나 소량의 음식만 필요한 소비자를 겨냥했다.
CU 역시 명절 도시락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U의 명절 당일을 포함한 사흘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2023년 18.5%, 2024년 20.8%, 지난해 12.2% 증가했다. 특히 대학가와 원룸촌, 오피스텔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이 명절 도시락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5%에 달했다.
명절 음식 소비 방식이 달라지는 배경에는 물가뿐 아니라 차례 문화 자체의 변화도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올해 추석에 차례나 제사를 지내겠다고 답한 사람은 30%에 그쳤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늘면서 모든 음식을 직접 준비해야 할 필요성도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해당 조사만으로 간편식 구매 증가가 차례 문화 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겨냥해 명절 음식의 ‘완성품’뿐 아니라 필요한 메뉴만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까지 확대하는 모습이다. 편의점들이 기존 정찬 도시락에서 김밥·주먹밥·송편·약과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결국 올해 추석 소비의 키워드는 ‘많이 차리는 상’에서 ‘필요한 만큼 준비하는 상’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장보기 부담이 커진 가운데 차례와 명절 음식 준비를 간소화하려는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유통업체들도 전통적인 명절 식재료 판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제품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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