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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바쳐 일터를 지켜온 은퇴자들의 삶 뒤에는 과연 어떤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대한민국 상위 1%라 불리는 대기업 대표이사 출신 퇴직자부터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공무원 퇴직자까지 이들의 솔직한 한 달 생활비와 연금 수령 실태가 공개돼 이목을 끈다.

유튜브 채널 '아이스튜디오'는 서울 석촌호수를 찾아 시민들의 실제 노후 생활과 연금 수령액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2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지내는 그의 한 달 최소 생활비는 300만 원 이상이다. 지출은 주로 숙식비와 경조사비로 채워지며 대학생 손주들에게 수십만 원씩 용돈을 주거나 3대 가족을 모두 데리고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오는 등 가족을 위해 챙기는 지출도 적지 않다. 정 씨는 젊은 세대에게 노후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가입을 강력히 추천했다.
그가 노후 준비 과정에서 가장 잘한 일로는 과거 아내가 자신과 자녀들의 이름으로 가입해 둔 퇴직연금을 꼽았다. 20년 만기 후 당시 10%대에 달했던 고금리 덕에 큰 목돈이 돼 요긴하게 활용했다. 다만 당시에 더 많은 금액을 납입하지 못한 점을 아쉬움으로 전했다.
반면 주식 투자는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대기업 관리자 신분일 때는 본인 명의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없어 증권사 지점장으로 간 옛 부하 직원의 계좌를 통해 자금을 맡겼으나 그 직원이 돈을 챙겨 달아났다. 이 사건 이후 주식 투자는 완전히 끊었다.

정 씨는 젊은 세대에게 10년 단위로 스스로 이뤄내기 힘들어 보이는 높은 목표를 세우고 피눈물 나게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실제 그 역시 입사 당시 '10년 만에 임원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고 필수 능력이라 생각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결국 11년 만에 임원이 돼 20년간 자리를 지켰다. 그는 은퇴 후에도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고자 매일 석촌호수를 걸으며 지하철 안에서도 일본어 소설책과 신문을 끊임없이 읽으며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송파구 잠실에 거주하는 만 61세 공무원 퇴직자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부서에서 30년간 공직 생활을 마친 그는 현재 매달 실수령액 기준으로 약 280만 원의 공무원 연금을 받는다. 연금 액수가 국민연금에 비하면 큰 편이지만 노후 생활비를 온전히 해결하기는 부족해 학원 강사인 아내의 업무를 도우며 경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최소 70세까지는 계속 일을 놓지 않을 계획이다.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이들의 한 달 기본 생활비는 약 500만 원 선이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양육비 등 큰돈이 들어갈 일은 없으나 기초 생활비와 경조사비, 독립한 자녀들이 찾아왔을 때 함께하는 외식비 등으로 지출한다.
그는 노후를 대비하며 아쉬운 부분으로 개인연금 미가입과 소형 주택 임대 등 부동산 투자 기회를 놓친 것을 꼽았다. 과거 공무원 월급이 워낙 적어 자녀를 키우며 생활을 꾸려가기에 급급해 투자할 개념이나 여유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주변 친구들 중 공무원 연금에 더해 개인연금을 타거나 소형 주택 임대 사업으로 추가 소득을 올리는 모습을 볼 때 부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거에 투자해 둔 배터리 관련 코스피 주식이 최근 급등해 약 1.5배의 수익을 올렸으나 오랜 기간 자금이 묶여 있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큰 이익이라기보다는 본전을 찾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는 젊은 세대를 향해 소비 중심의 생활을 멀리하고 저축을 가장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잣돈이 생긴 뒤에는 남들의 소문이나 추천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 책임감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듯 평소에 공부를 계속해 준비해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은퇴 후 마주하는 삶의 변화는 비단 경제적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십 년간 몸담았던 일터를 떠나며 겪는 심리적 상실감과 하루아침에 늘어난 여가 시간은 은퇴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커다란 정서적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가장 대표적인 심리적 고충은 사회적 역할의 상실에서 오는 허무감이다. 평생을 바쳤던 직장에서 부여받은 직함과 지위가 사라지면서 스스로가 사회에서 무가치한 존재가 됐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이 많다. 매일 아침 출근할 곳이 없어지며 생기는 공허함과 하루 10시간 이상 주어지는 자유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는 데서 오는 '여가 스트레스' 역시 심각한 우려 요인이다. 준비 없이 마주한 과도한 빈 시간은 오히려 일상의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나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온종일 집 안에 머무르며 배우자나 가족과 부딪치는 시간이 급증함에 따라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과 관계 소외감도 무시할 수 없다. 평생 일에만 전념하며 가족과의 대화나 가사 분담에 서툴렀던 퇴직자들은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새로운 소외를 경험하곤 한다.
이러한 은퇴 증후군과 정서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고 소소한 일상의 실천에서 출발한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극복 방안은 매일의 규칙성을 복원해 '하루의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처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일정한 코스를 걸으며 햇볕을 쬐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야외 활동과 산책은 세로토닌 분비를 도와 우울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여기에 새로운 배움을 통해 머리를 끊임없이 깨워주는 활동이 훌륭한 해법이 된다. 지역 복지관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교육, 어학 강좌, 모바일 기기 활용법 등 사소한 지식이라도 꾸준히 익히는 과정은 치매 예방을 도울 뿐 아니라 외출을 해야 할 명확한 목표를 만들어 준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배움 자체에서 오는 소소한 성취감이 일상에 활력을 준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연결을 유지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가벼운 동네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과 취미 모임을 갖는 것은 고립감에서 벗어나는 훌륭한 통로다.
중요한 것은 은퇴를 삶의 마침표가 아닌 또 다른 삶의 장이 열리는 새로운 시작으로 대하는 단단하고 유연한 마음가짐이다. 과거의 역할과 지위를 과감히 내려놓고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과 보람을 찾아 나갈 때 퇴직 이후의 여정은 한층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채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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