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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도 못하던 98세 할머니가 운동장을 10바퀴 돌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에 25일 올라온 사연이다. 장염을 달고 살며 1년에 수술을 세 번씩 받던 할머니가 무첨가 두유를 2년째 마신 뒤 달라졌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댓글에 "두유 먹고 부활했다는 줄"이라는 농담이 달리자 글쓴이가 받아쳤다. "부활하신 거지 뭐. 원래 못 걸어다녔으니까.“
글쓴이 할머니에게 일어난 변화를 두유 한 가지만으로 설명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뜯어보면 변화의 핵심이 어렵지 않게 추려진다. 걷지 못하던 노인이 걷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계기가 단백질 섭취의 정상화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년층의 단백질 부족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남성이 60g, 여성 50g이지만 남성의 27.4%, 여성의 44.7%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 여성 둘 중 하나는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유는 구조적이다. 노화로 인한 치아 상실과 소화기능 저하, 쌀·떡·빵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먹고 싶어도 소화기 문제로 붉은 육류는 많이 먹을 수 없고, 씹기 불편하니 부드러운 탄수화물 위주로 끼니를 때운다. 단백질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문제는 이 결핍이 조용히 축적된다는 점이다. 50대에 접어들면 근육량이 1년에 1%씩 감소해 10년이면 10%가 줄어든다. 80대에 이르면 30대 근육량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경우 이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근감소증은 단순히 몸이 약해지는 문제가 아니다. 근감소증은 낙상·골절·의존성 증가·심장병과 호흡기 질환 증가·인지능력 감소·삶의 질 저하·사망률 증가 등 노인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질병이다.
낙상이 왜 치명적인지는 숫자가 말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신체 손상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 중 약 80%는 65세 이상 노인이며, 주요 손상 원인은 추락과 미끄러짐으로 인한 낙상이 약 60%를 차지했다. 이 낙상이 고관절 골절로 이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2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약 70%에 달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단백질 부족 → 근감소증 → 낙상 → 골절 → 사망이라는 연쇄는 과장이 아니다. 노년층에서 단백질은 건강 보조 영양소가 아니라, 이 연쇄를 끊는 핵심 고리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손정민 교수팀이 65세 이상 노인 323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는 이를 수치로 보여준다.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체중 kg당 0.8g 미만인 노인은 1.2g 이상인 노인보다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2.4배 높았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37.8%였다.
노인은 단백질을 더 많이 먹어야 하지만 소화기 문제로 먹기가 더 어렵다. 그리고 설령 먹더라도 효율이 낮다.
노인은 생체 기능이 동화 저항성(anabolic resistance)을 갖게 돼 동일한 단백질을 먹어도 근육으로 전환되는 효율이 낮다. 따라서 일반 성인보다 단백질을 더 많이 먹어야 근육 유지가 가능하다. 한국영양학회와 대한노인병학회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체중 1kg당 1.2g의 단백질 섭취를 권고하고 있다. 노쇠와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노인은 일반 성인보다 약 30%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감소증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하루 1.5g까지 권고된다.
체중 60kg 노인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단백질 72g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란 1개에 단백질 약 6g, 두부 한 모에 약 20g이 들어 있으니 이 양을 식사만으로 채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감이 온다.
이 지점에서 두유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등장한다.
두유는 1회 제공량당 7~8g의 단백질과 아홉 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다. 무첨가 두유 200ml 두세 개면 하루 단백질 필요량의 상당 부분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다. 소화기 문제로 고기를 꺼리는 노인에게 두유는 진입 장벽이 낮다. 씹지 않아도 되고, 몸에 무리가 적다. 앞서 글쓴이가 "우유랑 다르게 어르신들이 먹어도 몸에 무리가 아예 없음"이라고 한 것은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다만 두유가 만능은 아니다. 대만 중국의약대학 연구팀이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단백질 종류에 따른 운동 효과를 분석한 결과, 우유 섭취군의 악력 향상이 두유 섭취군보다 훨씬 높았다. 우유에 포함된 유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보다 소화율과 아미노산 이용률이 높아 노년층의 근육 합성을 자극하는 데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근육 합성 효율만 따지면 우유가 앞선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노인이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우유를 불편해한다.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 중 부담이 적고, 꾸준히 섭취할 수 있는 형태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두유가 최선이 아닐 수 있지만 먹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히 낫다. 다만 당류가 첨가된 두유는 피하고 무첨가·무가당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단백질 섭취 문제를 노인만의 이야기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근감소증은 50대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한번 잃은 근육을 되찾는 데는 잃는 속도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든다.
일반적으로 50대에 접어들면 근육량이 1년에 1%씩 감소한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량과 근력, 근육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보행속도 저하, 균형능력 감소로 이어지며 낙상과 골절 위험이 커진다.
노년층(65세 이상)에서 단백질 권장 섭취량을 충족하는 비율은 남성 35.7%, 여성 51.9%로, 청년층의 충족률인 남성 62.9%, 여성 67.4%에 비해 현저히 낮다. 나이가 들수록 먹는 양이 줄고, 단백질은 그 중에서도 먼저 빠진다.
40·50대에 단백질 섭취 습관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60·70대에는 이미 뒤처진 상태에서 시작하게 된다. 글쓴이는 "나도 50대 되면 두유 매일 먹어야겠다"고 했는데, 이는 상당히 합리적인 판단이다.
단백질 섭취는 단순히 근육량의 문제가 아니다. 단백질은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항체를 만드는 원료이고, 호르몬 합성에도 관여한다. 노년기에 단백질이 부족한 몸은 수술 회복도 느리고, 감염에도 취약해진다. 걷지 못하던 할머니가 수술을 1년에 세 번이나 받았다는 것, 두유를 꾸준히 먹은 뒤 건강이 회복됐다는 것은 이 맥락 안에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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