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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100세가 넘는 노모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70대 딸이 장례 절차를 거부하고 시신을 자택으로 옮기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의 죽음을 둘러싼 극단적인 선택과 그 이면의 고립된 현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노모가 노환으로 숨지자 딸 A씨는 “어머니가 아직 살아 있다”며 화장 절차를 강하게 반대했다. 의료진이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병원에 있던 시신을 직접 자택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 장례지도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외부에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청 공무원들은 즉각 현장에 투입돼 상황 파악과 함께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A씨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며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실랑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당국은 물리적인 강제 조치보다는 설득과 대화를 우선으로 삼고 접근했다.

결국 경찰과 공무원들은 사흘 동안 현장을 오가며 지속적인 설득을 이어갔다. 의료진의 설명과 행정 절차에 대한 안내, 위생과 안전 문제에 대한 설명이 반복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A씨의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긴 시간의 설득 끝에 시신은 다시 병원 영안실로 옮겨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씨 역시 극심한 심리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설득이 마무리된 이후 A씨는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의료진은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감정적 충격이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의 A씨 역시 건강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장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다른 가족들과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일부 가족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연락이 된 경우에도 “이미 인연이 끊겼다”며 장례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오래전 남편과 이혼한 상태였으며, 가족 간 관계 역시 오랜 기간 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장례를 책임질 직계 가족이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결국 장례는 지자체가 맡게 됐다. 관할 기관인 부산 사하구청은 A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우선 치료에 집중하도록 한 뒤, 회복 이후 동의를 받아 행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고인을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해 공영장례를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이나 연고자가 없거나, 존재하더라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장례를 대신 치르며 최소한의 예를 갖춰 화장과 안치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가족 해체 등의 영향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단순 화장을 넘어 추모 의식을 포함한 공영장례 제도를 운영하며 존엄한 이별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인간은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단계를 거치며 애도 과정을 밟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부모의 죽음은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일부에서는 현실을 부정하는 반응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심리적 반응이 현실의 법적·사회적 질서를 넘어설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시신을 자택으로 옮겨 보관하는 행위는 감염과 위생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장례 절차를 지연시키는 행위 역시 공공의 영역에서 관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번에도 관계 당국이 강제력을 최소화하면서도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가족 관계의 단절이 가져온 사회적 공백도 드러난다. 가족이 존재함에도 장례를 맡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문제다. 개인의 삶이 길어지는 만큼, 마지막을 함께할 공동체는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의 상태가 회복된 이후 실제 장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현재 상황으로는 공공의 손을 통해 고인의 마지막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가족의 존재만으로는 더 이상 ‘연결’을 보장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고립과 돌봄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가족과의 사별은 개인에게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오랜 시간 함께한 부모를 떠나보내는 과정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정 단계’를 동반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응이 자연스러운 애도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하지만, 경우에 따라 현실 인식이 흐려지거나 일상 기능이 무너질 정도로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갑작스러운 상실이나 충분한 작별의 시간이 없었던 경우, 충격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복합 애도’ 또는 ‘지연된 애도 반응’으로 보기도 하는데, 고인을 떠나보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강한 죄책감, 집착적인 생각이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주변의 지지와 함께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고령의 가족을 오랜 기간 돌본 뒤 맞이한 사별의 경우, 보호자 역할이 사라지면서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돌봄 상실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애도는 혼자 견디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나누는 과정”이라며, 가족이나 지자체, 지역사회 차원의 심리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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