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5위라고?… 아시아 식도락 전쟁서 미식 강국들 꺾고 'TOP 3' 올라탄 나라

한국 여행객들이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음식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비중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 자료사진 / SUNGMOON HAN-shutterstock.com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2026 트래블 아웃룩 리포트’를 보면 한국 응답자 34%가 음식을 주된 여행 동기로 꼽았다. 이는 아시아 8개 시장 평균인 31%를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미식으로 이름난 일본의 32%보다도 높게 집계돼 눈길을 끈다.

국가별 순위를 보면 대만이 47%로 1위에 올랐다. 이어 베트남이 35%로 뒤를 이었고 한국이 34%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다음으로는 말레이시아 33%, 일본 32%, 인도네시아 31% 순이었다. 태국은 20%, 인도는 8%로 나타났다. 한국인 3명 중 1명은 단순히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맛을 경험하려고 여행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됐다.

봄바람 타고 움직이는 입맛... 제철 산지 숙소 검색량 폭증

아고다가 올해 1분기 자사 숙소 검색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국내 여행객들은 제철 식재료가 나는 곳을 위주로 움직였다. 봄을 맞아 입맛을 돋우는 식재료 산지들의 인기가 올라갔다. 미더덕으로 유명한 경남 창원은 숙소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 미더덕은 3월에서 5월 사이가 제철로 이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바다 향과 톡 터지는 식감을 즐기려는 이들이 창원으로 향했다.

창원의 진동 미더덕은 알이 굵고 향이 진하기로 유명하다. 껍질을 벗겨 회로 먹거나 매콤한 찜으로 즐기는 맛은 봄철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 중 하나다. 창원시는 매년 미더덕 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을 맞이하는데, 이 시기 창원 시내 숙소는 빈방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빈다. 미더덕 하나가 지역 전체의 숙박 수요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주꾸미 볶음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주꾸미 산지로 잘 알려진 충남 서천도 검색량이 30% 상승했다. 봄 주꾸미는 머리에 알이 꽉 차 있어 일 년 중 가장 맛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서천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주꾸미를 맛보려는 수요가 숙소 예약으로 이어졌다. 샤브샤브로 즐기는 주꾸미의 부드러운 식감은 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서천군은 주꾸미와 동백꽃을 엮은 축제를 통해 먹거리와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하며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전남 광양 역시 재첩 산지로 이름을 알리며 검색량이 28% 올랐다. 섬진강의 맑은 물에서 자란 재첩으로 끓여낸 시원한 국물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광양의 재첩국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어 아침 식사 메뉴로 인기가 높다. 재첩 무침이나 재첩전도 광양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로 꼽힌다. 이처럼 제철 식재료는 여행객들이 지도를 펼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축제가 끌어올린 여행 수요... 진도 꽃게 검색량 357% 수직 상승

특정 먹거리를 주제로 한 지역 축제는 여행객들의 이동을 부추기는 강력한 수단이다. 다음 달 꽃게 축제를 여는 전남 진도는 국내 여행객들의 숙소 검색량이 무려 357%나 급증했다. 꽃게는 봄철에 살이 꽉 차고 맛이 깊어져 많은 이들이 찾는 식재료다. 진도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물인 꽃게의 우수성을 알리고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357%라는 기록적인 수치는 음식이 여행지 선택에 얼마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준다.

진도 꽃게는 조류가 빠른 바다에서 자라 살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하다. 축제 기간에는 꽃게를 저렴하게 사거나 현장에서 바로 쪄 먹을 수 있는 장이 열린다. 이런 경험은 대형 마트에서 꽃게를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준다. 사람들은 산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신선함을 찾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진도로 향한다.

간장게장 자료사진 / davidwkchen-shutterstock.com

지난 3월 딸기 축제를 진행한 충남 논산도 18%의 검색 증가율을 기록했다. 논산시에 따르면 축제 기간 중 약 67만 명이 방문했으며 현장에서 팔린 딸기 양만 150톤에 달했다. 논산 딸기는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해 축제 때마다 많은 인파를 불러모은다. 단순히 딸기를 사는 것을 넘어 직접 따보는 체험이나 딸기를 활용한 여러 음식을 맛보려는 이들이 논산으로 몰렸다.

논산시는 딸기를 활용한 비빔밥이나 떡볶이 같은 이색 메뉴를 선보이며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축제장 곳곳에서는 딸기 향이 진동하고, 사람들은 양손 가득 딸기 상자를 들고 돌아간다. 67만 명이라는 인파는 논산시 인구의 몇 배에 달하는 숫자로, 미식 축제가 가진 집객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한다.

보는 여행에서 먹는 여행으로... 패러다임의 변화

요즘 여행객들은 유명한 유적지나 경치가 좋은 곳보다 '지금 어디서 무엇이 맛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과거에는 경치를 구경하다 배가 고프면 근처 식당을 찾았지만, 이제는 특정 식당이나 식재료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숙소를 잡는다. 아고다 조사에서 한국인의 식도락 의지가 일본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이런 목적형 미식 여행이 보편화됐음을 뜻한다.

이런 변화는 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 도시들이 자신들만의 특산물을 앞세워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의 미더덕이나 서천의 주꾸미처럼 지역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강력한 관광 경쟁력이 된다. 여행객들은 이제 지도를 펼칠 때 어디를 갈지보다 무엇을 먹을지를 먼저 고민한다.

지자체들도 홍보 방식을 바꿨다. 멋진 풍경 사진 한 장보다 군침 도는 음식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사람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는 '진도 꽃게 맛집'이나 '논산 딸기 축제 후기' 같은 게시물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남들이 올린 사진을 보며 다음 여행지를 결정하고, 자신도 그곳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기록한다. 이런 흐름은 미식 여행의 유행을 더욱 빠르게 확산시킨다.

계절마다 바뀌는 미식 이정표...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 법

식도락 여행객들은 철저하게 제철 달력을 따라 움직인다. 봄에는 서해안의 주꾸미와 남해안의 도다리를 찾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회나 장어를 찾아 떠난다. 가을에는 전어와 대하를 찾아 서해로 향하며 겨울에는 방어나 과메기 산지를 검색한다. 아고다의 데이터는 이런 계절적 특성이 숙소 예약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여행객들의 발길은 사계절 내내 제철 식재료를 따라 전국으로 흩어진다. 먼저 봄기운이 완연한 3월에서 5월 사이에는 주꾸미와 새조개가 제철인 충남 홍성과 서천으로 사람이 몰리며, 나른한 봄날에 기운을 돋워주는 도다리쑥국을 찾아 경남 통영을 방문하는 수요도 높다. 특히 이 시기 대게 철을 맞은 경북 영덕과 울진은 해마다 숙소 예약이 일찍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자랑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에서 8월 여름철에는 전남 고흥의 갯장어나 강원도 속초의 시원한 물회, 성게알을 목표로 삼는 이들이 많아진다. 이와 더불어 복숭아나 포도 등 제철 과일 수확 체험과 연계된 경북 영천이나 상주 지역의 여행 수요도 함께 올라간다.

포도 자료사진 / Emre Uncu-shutterstock.com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부터 11월 가을철에는 전어와 대하가 많이 나는 충남 태안과 전남 보성이 검색 상단에 이름을 올린다. 산송이가 고개를 내미는 경북 봉화나 울진 역시 이맘때면 산의 향을 즐기려는 이들이 줄을 잇는 곳이다.

한파가 몰아치는 12월에서 2월 겨울철에도 식도락 여행은 멈추지 않는다. 방어로 유명한 제주 모슬포와 과메기 산지인 포항 구룡포가 대표적인 겨울 목적지다. 또한 굴 생산량이 많은 거제와 통영은 겨울 내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활기를 더한다.

지방의 작은 마을들은 이런 제철 음식을 통해 생기를 찾는다. 일 년 내내 손님이 없던 한적한 포구도 전어 철이나 대하 철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든 차량으로 가득 찬다. 식당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고 특산물을 파는 시장도 활기를 띤다. 음식 하나가 죽어가는 마을을 살리는 심폐소생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아시아 국가 간의 미식 경쟁... 한국의 위치와 전망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식도락 여행 수요 3위에 오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미식 여행지로 이름이 높았지만 한국인들은 이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맛을 찾아 떠나고 있다. 34%라는 응답률은 한국인의 삶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알려준다.

대만이 4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은 야시장 문화와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여행의 핵심 재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역시 쌀국수와 분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 경쟁하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제철 음식 문화를 앞세워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지역 맛집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고 예약이 편해지면서 미식 여행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행객들은 이제 남들이 다 아는 곳이 아닌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숨은 진미를 찾아 더 깊숙한 곳까지 발길을 옮기고 있다.

결국 성공적인 여행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무엇을 먹었는가가 됐다. 아고다의 조사 결과는 한국 여행 시장의 무게추가 미식으로 옮겨갔음을 잘 보여준다.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맛이 곧 가장 강력한 관광 자원이며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지역의 숙소와 상권의 미래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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