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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아침가리는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높은 빌딩과 도로를 벗어나 울창한 숲과 거친 돌,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는 곳을 찾고 싶을 때 떠올리게 되는 장소다. 이곳은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시간만 햇빛이 비치고 이내 해가 져버리는 첩첩산중이라 하여 붙은 이름처럼, 깊은 산중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침가리는 정감록에서 언급한 삼둔사가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삼둔사가리란 환란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를 뜻하는데, 인제와 홍천에 걸쳐 있는 살둔·월둔·달둔과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적가리·연가리·명지가리를 아우른다. 예로부터 외부와의 접촉이 드문 오지였기에 오늘날에도 인공적인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원시림의 풍경이 남아 있다.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숲길은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보이지만, 계곡 트레킹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름과 가을철에 특히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곳의 트레킹은 보통 방동약수 인근에서 시작된다. 탄산 성분이 강해 톡 쏘는 맛이 나는 방동약수로 목을 축이고 나면 본격적인 여정이 이어진다. 방동약수터에서 출발해 완만한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면 고갯마루에 닿는데, 여기서 임도를 따라 조경동교까지 내려가면 본격적인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내려가는 길에는 정해진 이정표나 잘 닦인 산책로가 많지 않다. 계곡물을 가로지르고 바위를 타 넘으며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곳 트레킹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무릎 가까이 차오르는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면 서늘한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물속에서는 산천어와 버들치가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은 천연 그늘을 만들어주어 한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 준다. 길게 이어진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이끼 낀 바위와 커다란 고사리 군락이 나타나, 깊은 산속 특유의 원시적인 분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아침가리계곡은 여름 휴가철이면 하루 평균 800명 이상, 많게는 3000명까지 찾는 계곡 트레킹 명소로 자리 잡았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거친 자연을 몸소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발바닥에 닿는 돌의 감촉과 물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일상에서 쌓인 피로도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속을 직접 걸어야 하는 트레킹 특성상 발걸음마다 전해지는 생동감은 일반적인 산행과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인제의 향토 음식을 맛보며 기력을 보충하기 좋다. 인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황태의 고장으로, 겨우내 명태를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만든 황태를 활용한 요리가 잘 알려져 있다. 뽀얗게 우려낸 황태국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특징이고, 매콤한 양념을 발라 구워낸 황태구이는 입맛을 돋운다. 고산지대에서 채취한 신선한 산나물을 듬뿍 넣은 산채비빔밥과 메밀의 구수한 향이 살아 있는 막국수 역시 빼놓기 어렵다. 4월과 5월에는 곰취와 각종 나물 등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밥상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끈다.
아침가리 인근에는 함께 둘러볼 만한 명소도 많다. 방태산 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이폭포와 저폭포는 시원한 물줄기로 눈길을 끌고,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하얀 나무 기둥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인기가 높다. 조금 더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필례약수터 주변을 산책하며 강원도의 청정한 공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이 밖에도 내린천에서는 래프팅과 번지점프 같은 레포츠를 즐길 수 있어 취향에 맞게 여행 동선을 짜기에도 수월하다.

아침가리계곡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되지만, 5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봄철 산불방지 입산 통제 기간과 기상 상황은 방문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나 집중호우 직후에는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날 위험이 있어 입산이 통제될 수 있다. 또한 자연 보호를 위해 취사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며,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야 한다. 인공적인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인 만큼 개인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며 탐방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트레킹을 위한 준비물로는 물에 젖어도 빨리 마르는 기능성 의류와 접지력이 좋은 계곡 전용 신발이 필수적이다. 바닥의 돌이 미끄러울 수 있어 등산 스틱을 준비하면 이동에 도움이 된다. 현재 인제군은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 탐방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방문객의 편의와 안전을 돕고 있다.

아침가리계곡에서의 시간은 숲과 계곡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반짝이는 계곡물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깊은 산속의 고요함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인제의 깊은 숲과 계곡을 만나고 싶다면, 아침가리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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