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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물이 마을을 세 면으로 감싸안으며 흐르는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경상북도 영주시에 위치한 무섬마을은 이름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우리말 '물섬'에서 유래했다. 내성천의 맑은 물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도는 형세가 마치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것과 같다 하여 예부터 길지로 꼽혔다. 이곳은 2013년 8월 그 역사적 가치와 전통성을 인정받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유의 양식을 지켜온 고택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전한다.

무섬마을의 역사는 17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66년 반남 박씨인 박수가 이곳에 처음 터를 잡았고, 이후 선성 김씨 집안이 혼인을 통해 들어오면서 두 가문의 집성촌이 형성되었다. 현재 마을에는 40여 가구의 전통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이 중 30여 채가 조선 후기 사대부 가옥의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건립된 지 100년이 넘은 가옥도 16채나 보존되어 있어 조상들의 주거 문화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경북 북부 지역의 특징인 'ㅁ'자형 가옥 구조와 까치구멍집, 겹집 등 다양한 형태의 건축양식은 민속학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자료다.

마을의 상징이자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명물은 단연 외나무다리다. 1983년 수도교가 건설되기 전까지 무섬마을과 외부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던 이 다리는 150m 길이에 폭은 겨우 30cm 남짓이다. 넓은 은빛 백사장을 가로질러 낮게 설치된 다리 위를 걷다 보면 발밑으로 흐르는 강물과 눈앞에 펼쳐진 고택의 전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농사를 지으러 가던 길이자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새색시가 가마를 타고 들어오던 이 길은 마을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역사의 산증인이다.

무섬마을은 단순히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머물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아도서숙은 마을 사람들의 자부심이다. 1928년 건립된 이곳은 청년들에게 한글과 역사를 가르치고 항일 의식을 고취하던 장소였다. 비록 일제에 의해 강제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오늘날 복원된 아도서숙은 무섬마을이 선비 정신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 앞에 당당히 맞섰던 곳임을 증명한다. 마을 곳곳에 흐르는 정적 속에서도 강인한 민족의 기개가 느껴지는 이유다.
조용히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집집마다 붙은 택호가 눈에 들어온다. 만죽재고택과 해우당고택은 마을 내에서도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해우당고택은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안채와 사랑채가 분리된 구조와 정갈한 마당이 일품이다. 무섬마을의 매력을 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전통 한옥 숙박 체험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김욱 가옥, 김태길 가옥 등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거나 관리하는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툇마루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경험은 삭막한 도심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마을 가장자리에 위치한 무섬문화촌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80명에서 1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숙박 시설과 현대식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단체 연수나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적합하다. 이곳에서는 도자기 만들기, 천연 염색, 사군자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우리 전통의 멋을 직접 손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살고 있는 마을이라 온기가 느껴진다"거나 "외나무다리 위에서 마주 오는 사람과 길을 양보하며 나누는 짧은 인사가 인상적이었다"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주 여행에서 식도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무섬마을 인근에서는 영주의 대표 특산물인 풍기 인삼을 곁들인 보양식이나 육질이 연하고 고소한 영주 한우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일교차가 큰 소백산 자락에서 자라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영주 사과는 이 지역의 자랑이다. 제철을 맞은 사과로 만든 디저트나 주스는 갈증을 해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마을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무섬 골동반(비빔밥)은 정갈한 나물과 고추장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무섬마을을 둘러본 후에는 인근의 다른 명소들을 연계해 여행 경로를 구성하기 좋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석사는 무섬마을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 바라보는 소백산의 능선은 무섬마을의 평온함과는 또 다른 웅장한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방문한다면 조선시대 교육 기관의 모습과 선비들의 생활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무섬마을은 상시 개방되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다만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는 소란스럽지 않게 둘러보는 배려가 필요하다. 주차 시설은 마을 입구에 마련돼 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영주역이나 영주종합터미널에서 시내버스로 접근할 수 있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 내성천의 풍경은 봄에는 파릇한 생동감을, 가을에는 은빛 억새와 어우러진 고즈넉함을 선사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마을에서 내성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시간은 그 자체로 치유의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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