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만 오른 게 아니다...이란 사태 때문에 가격 팍 상승한 '생필품'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물가 흐름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 식량 가격은 단순한 수치 변화를 넘어 각국의 소비자 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이번 상승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식량가격지수는 128.5로 전달보다 2.4% 상승했다. 해당 지수는 2014년부터 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기준 삼아 비교하는 방식으로 산출되며, 곡물·육류·유제품·유지류·설탕 등 5개 주요 품목군의 국제 거래 가격을 종합해 반영한다. 이 지수는 지난해 말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해 2월 반등한 이후 3월에도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방향을 바꾼 모습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품목별로 보면 곡물 가격지수는 110.4로 전달보다 1.5% 상승했다. 특히 밀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눈에 띈다. 미국의 가뭄으로 작황 우려가 제기된 데다 호주에서는 비료 가격 상승으로 파종 면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되며 국제 밀 가격이 4.3% 상승했다. 옥수수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에탄올 수요가 늘어나는 요인이 있었지만,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어서 상승폭은 0.9%에 그쳤다. 쌀 가격은 일부 아시아 국가의 재고 상황에 따라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류 가격지수는 127.7로 1.0% 상승했다. 유럽연합 지역에서 계절적 소비가 증가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고, 브라질의 수출 물량 감소 영향으로 쇠고기 가격도 함께 올랐다. 다만 닭고기는 브라질 내 생산량이 충분해 공급이 안정되면서 소폭 하락했다. 이는 육류 시장 내에서도 품목별로 수급 상황이 크게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119.4로 1.2% 상승하며 지난해 중반 이후 이어진 하락 흐름에서 벗어났다. 탈지분유와 전지분유, 버터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유럽 지역의 생산 감소와 수출 물량 조정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지류와 설탕 가격은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지류 가격지수는 183.1로 전달보다 5.1% 상승했으며, 팜유 가격이 상승을 주도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말레이시아의 생산 감소가 맞물리며 팜유 가격은 2022년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해바라기유와 유채유 역시 흑해 지역 공급 불안과 글로벌 수요 증가 전망이 반영되며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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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가격지수는 92.4로 전달보다 7.2% 상승해 주요 품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브라질이 사탕수수를 설탕보다 에탄올 생산에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설탕은 가공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원재료인 만큼 향후 식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식량가격 상승은 단순한 수급 문제를 넘어 다양한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에너지 가격 상승,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정책 변화, 지정학적 갈등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은 비료와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져 농산물 생산 비용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된다. 한국은 곡물과 유지류 등 주요 식량 자원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가격 상승이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칠 경우 수입 단가가 더 올라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라면, 빵,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사례가 반복돼 왔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주요 식량 품목의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 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 물량 활용이 거론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식량 자급률 제고와 공급망 안정화가 과제로 제시된다. 국제 식량가격의 상승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성이 큰 만큼, 향후 물가와 소비 심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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