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Dplus Kia,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 '뉴트리디데이'와 파트너십 체결

위키트리

오징어라는데 생김새가 범상치 않다. 몸통이 통통하고 둥글며 눈 위에 곱슬곱슬한 촉수가 삐죽 솟아 있어 누가 봐도 영락없는 돼지 코를 연상시킨다. 영어권에서는 '밴드드 피글렛 스퀴드(Banded Piglet Squid)', 우리말로는 피글렛오징어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작은 돼지를 닮은 오징어다. 수백 미터 심해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이 작고 기묘한 생물이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첫 장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바로 이 오징어를 택했기 때문이다.

피글렛오징어는 두족류 연체동물 크란치오과(Cranchiidae)에 속하는 소형 오징어다. 성체의 외투막 길이는 평균 100mm, 약 10cm 안팎으로,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작다. 몸통은 커다란 깔때기 모양이고, 여기에 작고 노 모양의 지느러미 한 쌍이 달려 있다. 이 지느러미가 통통한 몸체 위에서 팔락거리는 모습이 마치 귀를 흔드는 아기 돼지처럼 보인다는 것이 이름의 유래다. 눈 위에 돌돌 말린 촉수가 마치 드레드락 헤어스타일처럼 자리 잡고 있어 전체적인 인상이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럽다. 이 외모 덕분에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심해 생물' 목록에 자주 오르내린다.
서식지는 대서양 아열대 해역과 태평양 일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오징어가 일생 동안 서식 수심을 바꾼다는 점이다. 어릴 때, 즉 외투막 길이가 30mm 미만인 유생 시절에는 수심 100~200m의 표층 가까운 곳에서 산다. 빛이 어느 정도 닿는 세계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 최종적으로는 중층해양대(mesopelagic zone), 수심 400~800m 혹은 그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 자리를 잡는다. 성체가 된 뒤에도 낮에는 깊은 곳에 머물고 밤에는 얕은 곳으로 올라오는 일주성 수직 이동(diel vertical migration) 습성을 보인다. 즉 이 오징어는 매일 밤 수백 미터를 오르내리는 고된 통근을 반복하는 셈이다.

몸에는 발광기관(photophore)도 있다. 눈 주변에 단일 발광기관이 있어 빛을 낼 수 있는데, 이것이 어두운 심해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포식자를 혼란시키거나 먹이를 유인하는 데 쓰인다는 가설이 있다. 팔 끝에는 발광기관이 없다. 몸은 반투명에 가까운 경우가 많고, 촬영된 사진에서는 투명한 몸통 너머로 내부 기관이 비쳐 보이기도 한다. 짝짓기와 산란을 마친 성체 수컷과 암컷은 곧 죽는다. 짧고 기묘하고 아름다운 생애다.
이 생물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심해 탐사 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피글렛오징어의 실체는 어부의 그물에 우연히 걸려 올라온 표본 몇 점이 전부였다. 살아 움직이는 피글렛오징어의 모습이 수중 카메라에 포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원격조종 수중로봇(ROV)이 멕시코만에서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자 전 세계 소셜미디어가 들썩였다. 작고 동그란 몸통, 눈 위의 곱슬 촉수, 지느러미를 팔랑이며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귀여웠기 때문이다. "심해에 이런 생물이 살고 있었다니"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이 이 생물에 꽂힌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2023년부터 심해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2026년 4월 2일 공개된 첫 프로모션 이미지와 함께 공식 제목 '앨리(Ally)'와 주인공의 정체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주인공 앨리는 남태평양 심해에 사는 새끼 피글렛오징어다. 언젠가 수면 위로 올라가 야생 동물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꿈을 품고 있는데, 항공기 추락 사고가 앨리의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작 규모도 범상치 않다. 총 제작비 7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물론 한국 영화 전체를 통틀어 역대 최대 제작비 기록에 도전한다. 배급은 국내 CJ ENM MOVIE, 전 세계는 소니 픽처스가 맡는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모든 스토리보드를 그렸고, 영화 '잠'을 연출한 유재선 감독이 공동 각본으로 참여했다. 12개국에서 모인 제작진도 화려하다. '토이 스토리 4'와 '인사이드 아웃'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감독 김재형, '슈렉' 시리즈 출신 총괄 프로듀서 데이비드 립먼, '클라우스'의 미술 감독 마르친 야쿠보프스키가 합류했고, '인셉션'과 '듄'의 VFX를 맡았던 영국 CG 회사 DNEG가 3D 애니메이션 작업을 담당한다. 내년 하반기 극장 개봉이 목표다.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