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한국 남성과 첫 데이트 중 놀란 순간 올리브영에서 자기 파운데이션 고른 건
메이크업 팔레트를 가진 젊은 아시아 남자의 초상화 / 셔터스톡

한국에서 겪은 가장 인상적인 뷰티 문화 충격 중 하나는 예상외로 아주 평범한 순간에 찾아왔다. 바로 데이트 중이었다. 어느 날 한국 남성과 첫 데이트를 하다가 올리브영에 잠깐 들르자는 말을 들었다. 나는 당연히 간단한 생활용품이나, 많아야 향수 같은 걸 사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망설임 없이 메이크업 코너로 가더니 자기에게 맞는 파운데이션을 고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은 꽤 놀라웠다. 루마니아에서 자란 내게 남성의 자기관리는 비교적 단순한 이미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보통 남성용 화장품이라고 하면 스킨케어용 크림, 애프터셰이브, 향수 정도가 먼저 떠오른다. 루마니아 남성들은 수염을 기르는 경우도 많아서, 오히려 비어드 오일이나 면도 관련 제품처럼 수염 관리에 더 신경 쓰는 쪽이 익숙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남성들이 쓰는 뷰티 제품의 범위 자체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노화 방지 치료를 위해 얼굴에 크림을 바르는 스튜디오에서 사람의 아름다움, 로션 및 초상화. 얼굴 제품 적용을 위해 흰색 배경에 절연 된 모델로 수분, 보습제 및 스킨케어 / 셔터스톡

가장 놀라웠던 건 단순히 남성들이 스킨케어를 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남성용 제품의 종류가 정말 많다는 점이었다. 드럭스토어나 뷰티 스토어에 가보면 남성 스킨케어 라인만 따로 진열돼 있는 경우도 흔하고, 애프터셰이브는 물론 선크림, 비비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향수, 립 제품까지 남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이 훨씬 넓게 느껴졌다. 유럽에서는 남성용 뷰티 제품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한정적으로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하나의 독립적인 시장처럼 보일 정도였다.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남성들은 나보다 더 많은 제품을 알고 있었고, 어떤 제품이 피부에 잘 맞는지, 어떤 선크림이 백탁 없이 자연스러운지, 어떤 비비크림이 더 깔끔하게 발리는지까지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입술 보습을 위한 투명 립글로스까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가끔 “어떻게 나보다 더 잘 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놀라움은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약간 과하게 느껴졌던 모습이, 나중에는 오히려 괜찮고 건강한 자기관리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남성도 피부를 관리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을 찾고, 더 정돈된 인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질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그런 태도가 훨씬 덜 낯설고,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올리브영 화장품 / 뉴스 1

물론 모든 한국 남성이 파운데이션을 쓰거나 뷰티 제품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적어도 한국에서는 남성이 외모를 관리하는 행위 자체가 루마니아에서처럼 쉽게 낯설거나 과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부 톤을 정리하기 위해 비비크림이나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입술 보습까지 신경 쓰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이런 차이는 나 자신의 시선을 돌아보게도 했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익숙한 유럽식 기준으로만 남성의 자기관리를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루마니아에서는 남성이 사용하는 뷰티 제품의 범위가 비교적 좁게 인식되다 보니, 한국식 자기관리는 더 크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오히려 이런 문화가 나쁘지 않다고 느끼게 됐다. 왜 남성은 자신을 돌보면 안 되는가, 왜 보습제나 선크림, 심지어 파운데이션이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흰색 셔츠에 젊은 남자의 신선한 아름다움 초상화 / 셔터스톡

흥미로운 건 이런 변화가 루마니아에도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루마니아에 돌아갔을 때, 내 남자 사람 친구들 중 일부도 예전보다 더 다양한 제품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입술 보습용 제품이나 얼굴 크림,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바르는 친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고, 예전에는 다소 낯설게 여겨졌을 만한 자기관리도 이제는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 먼저 크게 느꼈던 뷰티 감각이 어쩌면 루마니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조금씩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올리브영에서 파운데이션을 고르던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신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짧은 순간이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드러내줬기 때문이다. 나는 남성의 자기관리에는 보이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한국은 그 선이 생각보다 훨씬 넓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결국 놀라웠던 것은 한국 남성들의 모습 자체라기보다, 내가 그동안 너무 익숙한 기준 안에서만 남성의 자기관리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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