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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운 나라의 설계도는 사실 미국 것이었다. 1919년 필라델피아, 한인 3명밖에 살지 않던 그 도시에 모인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결의문엔 이렇게 적혀 있다. "미국의 정치를 모방한 정부를 수립하겠다." 대한민국 헌법의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교과서는 왜 이걸 가르치지 않을까.
1919년 3·1운동이 한반도를 들끓게 하던 그해, 미국에서도 한인들이 움직였다. 한인이 가장 많이 살던 샌프란시스코나 LA가 아니었다. 당시 한인 거주자가 고작 3명뿐이었던 도시, 필라델피아였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심지어 영국에서 바다를 건너온 독립운동가들도 있었다. 150~200명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2박 3일간 제1차 한인회의를 열었다.
왜 하필 필라델피아였을까. 답은 간단했다. 미국의 독립과 건국이 시작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은 미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처음 설계하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유지해온 나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조선의 독립을 세계에 알리려 했다.

미국 혁명을 이해하려면 먼저 프랑스 혁명과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프랑스 혁명의 구호, "자유, 평등, 박애." 그런데 이 번역에 오류가 있다. 자유와 평등까지는 맞지만 '박애'는 틀렸다. 정확한 표현은 '형제애' 또는 '동지애'다. 즉 '혁명 동지들 사이의 연대'를 뜻하는 말이었다.
더 충격적인 건 그다음이다. 이 구호 뒤에는 원래 한 문장이 더 붙어 있었다. "아니면 죽음을." 전체 구호를 풀어쓰면 이렇게 된다.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우리 혁명 동지들 외에는 다 죽여라." 혁명의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의 선언문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프랑스 혁명 기간 동안 죽임당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왕족이나 귀족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평범한 농민들이었고, 거의 전부가 기독교인이었다. 영어로 '기독교 청산'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프랑스 혁명이 뜰 정도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를 외친 혁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었고, 그 본질은 기독교 문명을 뿌리째 뽑으려는 시도였다.

프랑스 혁명보다 12년 앞서 일어난 미국 혁명은 완전히 다른 결말을 낳았다. 프랑스가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했다면, 미국은 종교와 정치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나라를 세웠다. 혁명의 에너지가 파괴와 학살이 아닌 헌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쏟아졌다. 같은 '혁명'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본질이 달랐다.
두 혁명의 차이는 사실 보수와 진보를 이해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미국 혁명을 계승하느냐, 프랑스 혁명을 계승하느냐에 따라 정치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런데 한국의 교과서는 이 두 혁명의 차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어떤 교과서에서도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는 내용을 찾기 어렵다.

1919년 필라델피아 한인회의에서 채택한 5개의 결의안 중 가장 핵심은 세 번째 결의안이었다. 훗날 이승만이 하와이에서 번역 출간하면서 '건국의 종지(宗旨)', 즉 '가장 근본이 되는 가치관'이라고 이름 붙인 문서다. 그 내용은 놀랍도록 명확했다.
"우리는 정부의 정당한 권력이 피통치자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우리는 가급적 미국의 정치를 모방한 정부를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쓴 문장들이었다. 대한민국을 세우려 했던 사람들이 어떤 나라를 꿈꿨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의안에는 종교의 자유 조항도 포함됐다. 종교의 자유를 앞으로 세워질 대한민국의 근본 가치로 명시한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 종교를 청산하려 했던 것과 정반대의 방향이었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설계한 사람들은 프랑스 혁명이 아닌 미국 혁명을 선택했다.

미국 독립 250주년은 남의 나라 잔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이 미국 혁명에서 출발했고,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자유민주주의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를 아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미국 혁명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한 가지만 기억해두자. 같은 시대에 일어난 두 혁명 중 하나는 헌법을 낳았고, 하나는 단두대를 낳았다.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를 이해하는 순간, 역사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다음 편에서는 미국 혁명을 모방해 대한민국을 설계한 건국의 아버지들, 그들이 꿈꾼 나라의 진짜 모습을 파헤친다.
※ 이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 어쩌다인문학의 강의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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