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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소방관의 안전과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도 소방 예산을 1조1022억원으로 늘린다. 정부 지원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서울시 자체 재원을 확대해 노후 소방차를 교체하고, 구급대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며, 소방관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8일 내년도 소방특별회계 예산안을 올해보다 258억원(2.4%) 늘어난 1조1022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소방특별회계는 화재 진압과 구조·구급 활동, 소방시설 확충 등 소방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별도로 관리하는 예산이다. 서울시는 소방관 개인보호장비 확충과 구급대 운영 개선, 노후 소방시설 정비 등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정했다.
이번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정부 지원금이 줄었는데도 전체 소방 예산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도 소방 관련 국비 지원은 올해보다 171억원 감소했다. 서울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반회계전입금과 지역자원시설세 등 지방 재원을 429억원 늘렸다. 정부 지원 감소분을 자체 재원으로 메우고 추가 예산까지 확보한 셈이다.
특히 소방차량과 장비 확충, 구급대 운영, 직원 복지 등 구체적인 사업에 투입하는 정책사업비는 올해보다 83억원(4.1%) 증가한 2101억원으로 편성했다.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과 현장 소방관 보호에 직접 연결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소방 예산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소방 재원이 지자체 차원에서는 버거운 것만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시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방 인건비 지원으로 시비 부담이 줄어 확보되는 재원은 소방시설 확충과 장비 개선에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시는 119구급대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급대 운영 방식도 개선한다. 이를 위한 '구급대 전문화 향상' 사업에 올해보다 약 43% 늘어난 35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응급환자 이송이 많은 구급대에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중증환자에 대한 전문 응급처치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연간 출동 건수가 4000건 이상인 구급대가 주요 지원 대상이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1차례 이상 출동하는 규모다. 서울시는 이러한 구급대에 지원 인력을 보강하고 기존 인력을 재배치해 구급차를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출동이 특정 구급대에 집중되는 상황을 완화하고 응급환자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구급차에 3명이 탑승하는 체계도 확대한다. 구급차에 탑승하는 인력이 늘어나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동안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필요한 처치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심정지나 중증 외상 등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한 환자를 이송할 때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서울시는 특수구급차와 음압구급차 확충에도 63억원을 투입한다. 음압구급차는 차량 내부의 공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감염성 물질이 밖으로 퍼지는 위험을 줄이도록 설계된 차량이다. 감염병 환자 등을 이송할 때 의료진과 주변 환경을 보호하는 데 활용된다.
오래된 소방차량을 교체하고 현장 장비를 보강하는 사업에도 예산이 집중된다. 서울시는 노후 소방차량 교체·보강에 165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약 90% 증가한 금액으로, 소방펌프차와 물탱크차 등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주요 차량을 교체하는 데 쓰인다.
소방펌프차는 화재 현장에서 물을 높은 압력으로 내보내 불을 끄는 차량이다. 물탱크차는 대량의 소방용수를 싣고 출동해 소방펌프차 등에 물을 공급한다. 이러한 차량은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장비인 만큼 안정적인 작동과 유지관리가 중요하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착용하는 개인보호장비와 구조·구급장비도 확충한다. 방화복과 안전모, 공기호흡기 등은 높은 열과 연기, 유해물질로부터 소방관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시는 소방특별회계 예산뿐 아니라 재난관리기금 등 활용할 수 있는 재원도 동원해 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할 방침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 사업도 강화한다. '화재저감 소방안전대책 추진' 사업에 올해보다 약 20% 늘어난 16억2000만원을 배정했다. 이 예산은 자동확산소화기 설치 등 화재 초기 대응과 피해 감소를 위한 사업에 사용된다.
자동확산소화기는 화재로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소화약제가 자동으로 방출되도록 설계된 장치다. 사람이 직접 소화기를 조작하지 않아도 초기 화재를 진압하거나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시는 이러한 장비의 설치 등을 통해 화재 피해를 줄일 계획이다.

서울시는 소방관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예산도 늘렸다. 비상출동을 기다리는 소방공무원의 급식 지원에 올해보다 약 14% 증가한 56억원을 편성했다. 소방관은 화재나 구조·구급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출동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식사 시간에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퇴직한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건강진단 지원도 추진한다.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연기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고, 반복적인 고강도 업무로 신체적 부담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 퇴직 이후에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지원도 계속된다. 서울시는 119마음회복센터 운영에 3억7000만원을 편성해 전문 심리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소방관은 화재와 교통사고, 구조 현장 등에서 사망자나 중증 부상자를 목격하는 일이 있어 심리적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119마음회복센터는 이러한 현장 경험으로 스트레스를 겪는 소방공무원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소방관들이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소방관의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시설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내년 5월 준공 예정인 실화재훈련장 운영에 9억80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실제 화재와 유사한 환경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업이다.
실화재훈련장은 실제 불길과 열기, 연기 등 화재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훈련을 실시하는 시설이다. 소방관들은 이곳에서 화재 상황을 경험하고 진압 기술과 안전한 현장 대응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실전형 훈련을 통해 소방대원들의 현장 적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소방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소방합동청사 건립에도 83억원을 편성했다. 주요 소방기관을 한곳에 배치해 재난 상황에 관한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서울시는 내년 5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 소방청사 개선 사업도 진행한다. 거여119안전센터 이전 신축에는 올해보다 약 25억원 늘어난 60억원을 배정했다. 오래된 근무시설을 개선하고 소방관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출동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소방특별회계 예산안을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예산안은 시의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홍영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시민 안전과 현장 대원 보호를 위한 필수 소방 사업에 예산이 반영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필요한 장비와 사업의 우선순위를 살피고 재난관리기금 등 활용 가능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소방 예산 확대는 최근 경기도가 일부 소방 사업 예산을 삭감한 행보와 대조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는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서 노후 소방차량 교체와 구조·구급장비 보강 등 일부 사업비를 줄였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 지원금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자체 재원을 늘려 내년도 소방차량 교체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경기도가 감액한 소방 관련 사업비는 모두 34억5000만원이다. 노후 소방차량 교체 예산 26억5000만원을 비롯해 전문구급장비 보강비 4억원, 구조장비 보강비 3억원,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행사비 1억원이 포함됐다. 특히 노후 소방차량 구매 계획은 당초 103대에서 78대로 축소됐다. 계획보다 25대를 적게 교체하게 된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내년도 노후 소방차량 교체·보강에 올해보다 약 90% 늘어난 165억원을 편성했다. 정부 지원금이 171억원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지방 재원을 429억원 늘린 결과다. 두 지방자치단체 모두 소방 재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소방차량 교체 예산에서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소방 출동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경기도의 화재·구조·구급 등 출동 관련 건수는 213만7074건으로 서울의 181만9862건보다 많다.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 인구도 2025년 말 기준 1194명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후 차량 교체 계획이 축소되자 현장 대응 역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추 지사는 지난달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 재정 문제를 언급하며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이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건비와 장비 운영비 등 상당 부분을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러나 소방공무원 노동조합들은 해당 표현이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의 헌신을 폄훼했다며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소방공무원이 지방재정을 갉아먹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내 일부 소방관들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방 업무를 재정 부담으로 표현한 데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도는 추 지사의 발언이 소방공무원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정부에 집중된 재정 부담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차량 교체 예산 삭감 역시 정부의 소방안전교부세가 당초 예상한 409억원보다 57억원 적은 352억원으로 확정되면서 불가피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당초 소방차량 구매 예산에서 48억8000만원을 줄여야 했지만, 소방재난본부의 건의를 받아 도비 22억3000만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최종 감액 규모는 26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경기도는 부족한 재정 여건 속에서도 현장에 필요한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순직 소방공무원을 추모하는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 사업비 1억원도 전액 삭감했다. 이 행사에는 당초 소방공무원 약 2500명이 참여하고 소방차 30대를 동원하는 카퍼레이드 등이 계획돼 있었다. 경기도는 전체 사업비 가운데 7000만원이 외주용역비로 책정된 점 등을 고려해 행사성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는 추모행사 자체를 폐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규모 행사 대신 유가족 중심으로 행사를 간소화하고 필요한 경비는 기관 사무관리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순직자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에 일반적인 행사성 예산 삭감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경기도의 소방 예산 전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서 소방안전특별회계 세출은 기존 1조5655억원 수준에서 약 421억원 증가한 1조6076억원으로 편성됐다. 증가분에는 소방공무원 인건비와 수당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예산은 늘었지만 노후 소방차량과 일부 장비 보강 사업에서는 감액이 이뤄진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예산은 편성 시기와 대상 연도가 달라 총액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2027년도 본예산안을 확대 편성했고, 경기도의 감액은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정부 지원 감소와 지방재정 부담이라는 공통된 어려움 속에서 서울시는 소방차량 교체 예산을 늘리고 경기도는 해당 사업비를 줄였다는 차이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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