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통령인 줄 알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것을 두고 김유정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저는 조희대 대통령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유정 전 의원은 23일 방송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방송에는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 김근식 경남대 석좌교수도 출연해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조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대법원을 통해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는 입장문을 냈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문서에 재제청을 요청하는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는 내용도 담겼다. 23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협의해 온 관행을 거론했다. 그는 "그동안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대법원장이 협의해서 대법관을 제청하고 임명해 왔다"며 "조 대법원장이 왜 그 판을 깨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진 (민주당) 의원 같은 분도 '사법부의 윤석열 같다. 윤석열을 꿈꾸나' 이런 얘기를 했다"며 "모두가 고도의 정치 행위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과 만난 점을 언급하며 "지난 20일 김성수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 때 티타임을 매우 훈훈하게 했다고 한다"며 "지난달 28일 재제청을 요구했을 때 관건은 새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느냐, 기존 후보 중에서 다시 제청하느냐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재제청 요구를 거부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판사들도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며 깜짝 놀랐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서용주 소장도 조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서 소장은 "사전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을 했던 것이 하나, 재제청 요구가 넘어왔을 때 이런 난리통이 될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대통령에게 들이대는 것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건 사법부의 독립이 아니라 조희대의 독립이라고 본다"고 했다.

서 소장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조 대법원장에게 정치적인 뜻이 있나 싶다"며 "구타 유발자다. 나에게 탄핵을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은 모든 국민에게 선택을 받아 권한을 위임받은 자리이고 대법원장은 임명된 자리"라며 "대법원장은 헌법 104조에 따라 '이 사람들을 한번 살펴봐 달라'는 제청권을 가진 것이지 '이 사람들에게 도장 찍어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 조항의 제청권과 임명권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김근식 교수는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비판했다. 김근식 교수는 "헌법학자나 법조인을 전수조사해 보면 절대다수가 대통령이 재제청, 재재제청을 해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한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미뤘다는 이유로 내란 특검으로부터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제청한 사람을 국회가 동의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라며 "임명은 최종 승인 절차다. 1단계인 제청을 했으면 다음 동의 절차로 넘기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곳은 다 선출된 권력"이라며 "선출된 대통령이 무너뜨리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헌법재판관 사례와 대법관 임명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헌법재판관은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이 3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며 "각각의 추천 주체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할 때도 기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관 임명은 이것과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헌법 조문이 '임명한다'로 돼 있다는 점을 들어 "제청하면 무조건 임명하는 게 필수라면 '임명해야 한다'라고 못 박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절대다수이니 부결시키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또 제청할 것"이라며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될 때까지 하면 되는데 왜 재제청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대법원장 군기를 잡는 것"이라며 "대법관 증원법으로 이 대통령이 임기 동안 22명을 새로 임명해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군기를 잡아 놔야 다음 대법원장도 대통령 눈치를 보고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을 제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임명동의안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는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제청된 사람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재제청을 요구한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 재제청하면 된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 싸움은 청와대가 이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의 감정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아 힘겨루기처럼 가고 있다"며 "그러면 결국 법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헌법에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며 "제청을 했으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절차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판사를 이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 판사가 극단적인 판사도 아니고, 극우 판사도 아니고, 그동안 내린 판결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판사도 아니다"라며 "결국 김민기 판사를 임명해 달라는 요구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 협의라는 건 협의를 하라는 것이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다 돌려보내는 게 협의냐"며 "그건 지명"이라고 했다.

서 소장은 국회 동의 절차로 가면 무한 반복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손 판사를 국회로 보내면 민주당이 다수 의석이니 부동의하고, 다시 제청하면 또 부동의하는 무한 루프"라며 "이게 몇 년 걸릴지 사법부 수장이 모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사전 협의는 이런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랜 관행 속에서 이어져 온 것"이라며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면 그 책임은 사법부 수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요구하는 방식도 계속 무한 루프"라고 맞받았다. 그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린 4명 중 2명은 조건상 안 되는 분이었다"며 "나머지 둘 중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달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그러면 서면으로 제청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협의한 것"이라며 "법률 용어로 협의는 논의하는 것이지 합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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