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 대통령, 국민 생명을 흥정 테이블에 올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와 북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맞교환 제안에 대해 "국민 목숨은 협상 카드인가"라며 발언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3일 '국민 목숨은 협상 카드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제재 완화-핵 동결 맞교환 발언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흥정 테이블에 올렸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이 문제 삼은 것은 이 대통령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방미 기간 공개된 NYT 인터뷰에서 대북제재와 핵·ICBM 개발 중단을 맞바꾸자는 구상을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제재가 정말 효과가 없다면 북한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제재 해제에 목을 매왔나"라면서 "2018년 김정은이 비핵화 대화에 나선 것도 제재로 '피가 마른다'고 토로할 만큼 압박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런데도 대통령이 '효과 없다'고 단언한 바로 그 시점에 북한은 김정은 참관 하에 요격이 어려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포-11마-1형' 시험까지 과시했다"라면서 "더 심각한 것은 이 미사일의 실제 비행거리가 908.2km로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기존에 발표해 온 사거리(450~600km)를 크게 웃돌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군 당국이 이 미사일의 저고도 변칙기동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위협의 실체도 모른 채 무엇을 근거로 '동결'을 신뢰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말한 '동결'의 범위는 ICBM에 국한된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무기만 협상 대상이다"라며 "대한민국을 직접 겨냥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논의에서조차 빠졌다. 미국민의 안전은 챙기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은 흥정에서 제외한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역사는 이런 조급한 유화책의 결말을 이미 보여줬다"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결국 북한에 핵개발 시간만 벌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대변인은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는 미국조차 '폐기'와 제재 해제 맞교환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 수석대변인은 한미일 외교장관의 메시지와 엇갈린다는 점도 짚으며 "한미일 외교장관이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한 바로 다음 날 대통령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런 안이한 안보 인식이 낳은 결과를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장병이 지뢰 폭발로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은 것이 불과 며칠 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다음 날 백령도 인근 상공에서는 북한 미그 계열 전투기 1대가 포착돼 우리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며 "어선 등 79척이 한때 피항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평화를 구걸하는 사이 안보에는 구멍이 뚫리고 있다"며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과 장병의 희생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우리의 아들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고 있다"며 "국가의 안보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정권은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핵 해법의 초점을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 개발 동결로 옮기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대북제재 완화와 북한의 추가 핵·ICBM 개발 중단을 맞바꾼 뒤 감축과 폐기로 나아가자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공개된 AP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 모두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정상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가리켜 "두 정상이 신뢰를 구축하고 직접 만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미 간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반도 대치 완화라는 궁극적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달리는 차의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차를 세워야 한다"며 "'중단·감축·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법은 북핵 문제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이미 고도화된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한꺼번에 이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이 계속 증대되면 한반도의 위협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공개된 NYT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도 북한에 핵무기 '폐기'가 아닌 '동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어차피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은 제재와 추가적인 핵무기 및 ICBM 기술 개발의 중단을 교환하는 거래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제재 완화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끌어내는 유인책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추정치를 근거로 북한이 매년 10~20개의 추가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거나 이미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조치에 대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관련 군사적 지원 문제에서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양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3국 간에 이미 진행 중인 전쟁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의 위상 변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주애의 위상 상승에 주목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현 단계에서 단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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