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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고속도로에서는 한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차량 행렬이 갑자기 풀리는 경우가 있다. 막힌 구간을 벗어난 뒤 주변을 살펴봐도 사고 차량이나 공사 현장은 보이지 않는다. 갓길에 멈춘 차도 없고 차로가 줄어든 곳도 없다. 그런데도 수십 분 동안 차량 속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교통공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유령 정체(Phantom Jam)'라고 부른다. 눈에 띄는 원인이 없는데도 차량 행렬이 길게 멈추는 현상을 뜻한다. 원인은 도로 자체보다 운전자의 감속과 가속이 연달아 이어지는 데 있다.
유령 정체는 차량 한 대의 작은 감속에서 시작된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차선을 바꾸거나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느껴 브레이크를 살짝 밟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문제는 뒤차의 반응이다. 뒤차 운전자는 앞차의 브레이크등이 켜진 뒤에야 상황을 알아차리고 발을 옮긴다.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한 뒤 페달을 밟기까지 짧게나마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두 차량의 거리는 더 좁아질 수 있어, 뒤차는 앞차보다 더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세 번째 차량도 비슷하다. 앞차의 속도가 더 크게 줄어든 만큼, 그에 맞춰 더 강하게 감속하게 된다. 운전자마다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달라 이런 현상은 뒤로 갈수록 두드러진다.
이렇게 생긴 정체 구간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앞쪽 차량은 정체를 빠져나가 다시 속도를 올리고, 뒤쪽에서는 새로 들어온 차량이 멈춰 선다. 이 때문에 정체 구간은 차량 진행 방향과 반대로 조금씩 뒤로 이동한다. 처음 브레이크를 밟은 차량은 이미 수km 앞을 달리고 있어도 그 여파는 한참 뒤까지 이어진다.
이 현상은 실험으로도 확인됐다. 25일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2008년 일본 나고야대 연구진은 둘레 230m의 원형 트랙에서 차량 22대가 시속 30km로 달리도록 했다. 실험 초반에는 차량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트랙을 돌았다. 그러나 한 차량의 속도가 떨어진 뒤부터 간격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앞뒤 차량의 거리가 벌어졌다 좁혀지기를 반복했고, 결국 뒤쪽 차량들이 트랙 위에서 멈춰 서는 정체가 나타났다.
유령 정체는 모든 구간에서 똑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기 쉬운 지점이 따로 있다. 오르막이 대표적이다. 경사가 완만하면 운전자는 오르막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한다. 평지에서처럼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도 차량 속도는 서서히 떨어진다. 뒤차가 이를 늦게 알아차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감속이 뒤쪽 차량으로 이어진다.
터널 입구도 정체가 시작되기 쉬운 곳이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갈 때는 눈이 밝기 차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때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거나 브레이크에 발을 올릴 수 있다.

합류 구간에서는 차선 변경이 몰린다. 진입로에서 들어오는 차량과 본선에서 차로를 옮기는 차량이 섞이면서 차간 거리가 빠르게 좁아진다. 끼어든 차량 뒤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차가 늘어나면 연쇄 감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전자가 할 수 있는 대응은 앞차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주행 속도의 숫자만큼 m 단위로 차간 거리를 두는 방법이 자주 안내된다. 시속 100km라면 앞차와 약 100m 거리를 두는 식이다.
차간 거리를 넉넉히 두면 앞차가 속도를 줄여도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 자연스럽게 감속하면 뒤차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앞차 바로 뒤에 붙어 달리면, 앞차가 속도를 줄일 때마다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다. 차선을 자주 바꾸는 운전도 주변 차량의 감속을 부를 수 있다. 끼어드는 순간 옆 차로 차량이 간격을 확보하려고 브레이크를 밟기 때문이다.
구간별로 살펴볼 부분도 있다. 오르막에서는 속도계를 확인해 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았는지 살핀다. 터널 진입 전에는 미리 속도를 조절해 입구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일을 줄이는 편이 좋다. 합류 구간에서는 진입 차량에 공간을 내줄 때 급제동하기보다 가속페달에서 천천히 발을 떼며 간격을 확보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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