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엘리베이터 타면 1분 30초”…GTX 승객들이 뛰는 이유 직접 재봤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서울역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향해 서두르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먼저 타기 위해 뛰는 사람까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키트리는 서울역 GTX-A 승강장에서 첫 번째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와 한 대를 놓쳤을 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을 때의 이동 시간을 직접 측정했다. 두 번째 편에서는 실제로 얼마나 시간이 줄어드는지, 그 몇 분이 환승을 앞둔 승객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용객과 교통공학 전문가의 설명을 통해 살펴본다.>

서울역 GTX-A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뛰고 있다. / 위키트리
서울역 GTX-A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뛰고 있다. / 위키트리

앞서 살펴본 것처럼 출근 시간대 서울역 GTX-A 승강장에선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엘리베이터로 전력 질주하는 아슬아슬한 광경이 매일 되풀이되고 있다. 하차 직후 곧바로 발걸음을 재촉하거나 앞사람을 지질러 가는 모습 역시 일상화된 지 오래다. 승객들은 환승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면 실제로 얼마나 빨라질까. 첫 번째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과 한 대를 놓친 사람, 아예 뛰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사람 사이에는 얼마나 시간 차이가 나는지 서울역 GTX-A 승강장에서 직접 시간을 재봤다.

첫 엘리베이터 타면 1분 30초…한 대 놓치자 3분 4초

왼쪽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위키트리

취재진은 GTX-A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동선이 다시 만나는 상부 층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했다. 첫 번째 측정에서는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향해 이동했지만 출발이 조금 늦어 첫 번째 엘리베이터에는 타지 못했다. 한 대를 보낸 뒤 다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상부 층까지 올라가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4초였다.

같은 시각 다른 취재진은 승객들과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따로 뛰거나 앞선 사람을 추월하지 않고 일반적인 승객 흐름에 맞춰 올라갔다. 같은 지점에 도착하기까지 4분 53초가 걸렸다. 두 번째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탄 경우와 비교하면 에스컬레이터가 1분 49초 더 걸렸다.

왼쪽은 첫 번째 엘리베이터에 바로 탑승해 상부 층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한 시간, 오른쪽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같은 구간의 이동 시간을 측정한 시간. / 위키트리

같은 구간을 다시 측정했다. 이번에는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해 첫 번째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데 성공했다. 승강장에서 상부 층까지 걸린 시간은 1분 30초였다. 한 대를 놓쳤을 때보다 1분 34초 빨랐고 에스컬레이터와 비교하면 3분 23초 차이가 났다.

숫자만 놓고 보면 첫 엘리베이터를 놓친다고 무조건 3분 이상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취재진의 측정 기준 에스컬레이터보다도 1분 49초 빨랐다. 가장 큰 차이는 첫 번째 엘리베이터에 바로 탔을 때 발생했다. 승객들이 경쟁하듯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히 엘리베이터가 에스컬레이터보다 빠르기 때문이라기보다 얼마나 엘리베이터에 빨리 탈 수 있느냐에 따라 이동 시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 GTX-A 승강장과 상부 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는 두 대다.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한 대에는 많을 경우 약 20명이 탔다. 체격이 큰 남성 승객이 많은 경우에는 17명 안팎이 타자 내부가 가득 차기도 했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관찰한 실제 탑승 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두 대에 한꺼번에 탄 승객은 약 34~40명이었다.

열차 한 편에서 내린 승객들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앞쪽에 도착한 사람들은 첫 번째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줄 뒤에 선 승객들은 다음 엘리베이터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몇 걸음을 빨리 움직인 차이가 1분 30초와 3분 4초를 갈랐다.

승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두 대의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서 있다. / 위키트리

운정중앙역에서 GTX-A를 타고 서울역에서 환승해 종로로 출근한다는 A 씨는 “엘리베이터를 빨리 못 타면 1호선 열차를 한두 대 놓칠 수 있다”며 “그러면 회사 도착 시간이 많게는 10분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빨리 환승하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게 된다”고 했다.

고작 1~3분인데 왜 뛸까…교통공학자가 본 ‘시간 보상’

그렇다면 1분 30초 남짓, 많게는 3분 20여초의 차이가 승객들이 승강장에서 전력질주할 만큼 큰 시간일까. 숫자만 놓고 보면 몇 분의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환승을 앞둔 승객들에게 이 시간 차이는 단순히 몇 분으로 끝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놓쳐 환승 승강장에 늦게 도착하면 눈앞에서 열차를 보내야 하고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더해질 수 있다. 이후 다시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갈아타는 경우 시간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반대로 다음 열차까지 시간이 충분하다면 전력질주를 통해 얻는 실제 이익은 몇 분에 그칠 수도 있다. 같은 3분이라도 승객이 처한 환승 상황에 따라 실제 도착 시간의 차이는 달라질 수 있다.

출근 시간대 서울역 1호선 열차 운행 간격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 / 위키트리

이철기 아주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이 같은 시간 차이가 승객 행동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분 정도의 차이는 승객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 3분 이상의 차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승객이 이를 체감하고 행동을 바꿀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역처럼 환승 기능이 큰 역사에서는 단순한 시설 대기 시간이 아니라 최종 목적지 도착 시간의 차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승객 입장에서 “지금 빨리 움직이면 다음 단계에서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명확한 시간 보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승객은 보행 속도를 높이거나 앞선 승객을 추월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 빠르게 이동하거나 특정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기 위해 경로를 바꾸는 등 경쟁적인 이동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수직 이동시설을 이용하는 데 걸리는 예상 시간 차이가 커질수록 승객들이 빠른 경로를 선택하려는 경향 역시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교수는 시간 차이가 곧바로 질주를 만들어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인별 시간 압박 정도와 역사 내부의 혼잡도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무리 급해도 앞에 승객들이 가득 차 있으면 뛸 수 없는 만큼 혼잡도가 오히려 경쟁적 이동 행동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서울역 GTX-A 승강장의 혼잡은 계속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었다. 취재 당시 열차가 약 5~7분 간격으로 들어오면서 한 편이 도착할 때마다 승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순식간에 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승객들이 상부 층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대기 줄은 빠르게 줄었고 승강장도 다시 한산해졌다. 이후 다음 열차가 도착하면 같은 모습이 반복됐다.

앞선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뒤 다음 열차가 들어오면 비교적 비어 있던 승강장에 하차객들이 다시 한꺼번에 몰렸다. 이때 승객들이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향하면서 먼저 도착하려고 속도를 높이거나 앞사람을 추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결국 서울역에서 확인된 전력질주를 단순히 ‘3분을 아끼기 위해 뛰는 행동’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웠다. 첫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을 때 얻는 시간은 최대 3분여였지만 그 몇 분이 다음 환승 열차 탑승 여부와 맞물리면 승객이 체감하는 시간적 가치는 훨씬 커질 수 있었다. 여기에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승강장이 다시 비워졌다가 짧은 시간에 인파가 몰리는 구조까지 겹치면서 승객들이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몰리는데…휠체어·유아차 이용자는 괜찮을까

일반 승객들조차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뛰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면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객, 임산부 등 교통약자는 더 큰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특히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객은 에스컬레이터를 대체 수단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만큼 엘리베이터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취재진이 서울역 GTX-A 현장을 확인한 결과 엘리베이터 앞에는 휠체어 이용자와 유아차 이용객, 임산부 등 교통약자가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대기선이 마련돼 있다. 일반 승객들이 길게 늘어선 줄과 구분된 공간에서 기다릴 수 있어 교통약자까지 일반 승객들과 같은 줄에서 첫 엘리베이터 탑승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일반 승객이 한꺼번에 엘리베이터 앞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우선 이용자를 위한 별도 동선이 마련돼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이 모습은 GTX 같은 대심도 역사에서 엘리베이터 등 수직 이동시설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기도 했다. 일반 승객은 엘리베이터 대기가 길어지면 에스컬레이터로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객은 선택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퇴근길에도 반복된 엘리베이터 선점 경쟁

퇴근 시간대 GTX-A 대곡역에서 승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 위키트리
퇴근 시간대 GTX-A 대곡역에서 승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 위키트리

퇴근 시간대 GTX-A 대곡역에서 승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 위키트리
퇴근 시간대 GTX-A 대곡역에서 승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 위키트리

특이한 점은 이런 선점 경쟁이 출근길에만 벌어지진 않는는 것이다. 출근 시간대처럼 많은 승객이 한꺼번에 전력으로 뛰는 정도는 아니지만 퇴근길에도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움직임이 반복됐다.

퇴근 시간대 3호선·서해선·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GTX-A 대곡역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목격됐다. 열차 문이 열리자 일부 승객들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뛰거나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뒤에는 층수 표시등과 대기 줄을 살피며 어느 쪽을 먼저 탈 수 있을지 확인했다.

한쪽에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바로 타기 어려워 보이면 다른 엘리베이터로 방향을 틀었다. 뒤늦게 도착해 엘리베이터 안에 이미 많은 승객이 타고 있는 경우에도 곧바로 주변을 둘러본 뒤 자리가 남은 다른 엘리베이터로 이동한다.

대곡역에서 승객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 위키트리

서울역에서 GTX-A 열차를 타고 대곡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한다는 B 씨는 “엘리베이터를 늦게 타면 눈앞에서 3호선 열차를 놓칠 때가 있다”며 “환승 시간을 맞추려면 GTX에서 내리자마자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TX는 열차가 달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서울역과 대곡역에서는 열차가 멈춘 뒤 또 다른 시간 계산이 시작되고 있었다. 누구에게는 고작 1~3분이었지만 환승을 앞둔 승객에게는 다음 열차를 탈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GTX 승객들의 질주는 단순한 조급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 용현지·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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