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학생 계정 제미나이 ‘기본 꺼짐’ 전환…소송·상원 서한·교원단체 압박 거셌다
교실 책상 위 노트북과 자물쇠 방패, 조절 장치를 누르는 손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구글이 미국 초·중·고(K-12) 학생 계정에서 생성형 AI 챗봇 제미나이를 기본값으로 꺼 두고, 학교 관리자가 직접 켜야만 쓸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8월에 많은 학생 계정에 제미나이를 자동으로 켰던 방침을 뒤집은 조치다. 학생들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변화로 전해졌다.

한편 학교 지급 크롬북에서 제미나이가 한 학생의 극단적 선택 계획을 도왔다고 주장하는 소송도 제기됐다. 모두 소송에서 나온 주장일 뿐이며 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구글이 앞서 11월 3일(현지시각) 밝힌 ‘AI를 끄면 검색도 끊긴다’는 방침은 해명 끝에 정정됐지만 검색에 AI가 내장돼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기본 꺼짐’으로 돌아선 학생 계정

AP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인용한 서울경제 영문판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K-12 학생 계정에서 제미나이와 주요 서비스를 기본으로 끈다. 구글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쓰는 학교의 관리자는 제미나이, 제미나이 노트북, 구글 검색, 구글 클래스룸 안의 AI 기능을 직접 켜야 학생이 쓸 수 있다.

이는 8월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다. 당시 구글은 많은 학생 계정에서 제미나이를 자동으로 활성화했고, 사실상 AI 챗봇이 교실의 기본 서비스가 되면서 교사와 학부모의 반발을 샀다. 야후 테크는 구글이 8월에 별도로 제미나이 접근권을 받은 학생이 있는 학교의 클래스룸에서 AI 기능을 기본으로 켰고, 이 결정에 학교 관리자들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구글 교육 사업을 총괄하는 크리스 필립스(Chris Phillips) 부사장은 학교가 교실에서 AI를 어떻게 쓸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교육자와 정책 입안자의 의견을 반영했다고도 했다. 구글은 11월 3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제미나이, 제미나이 노트북, 검색은 기본적으로 꺼진다”며 학교가 서비스를 하나, 둘 또는 전부 개별적으로 켤 수 있다고 밝혔다.

창가 자리에서 한 사람이 노트북 자판을 누르고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모습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검색에 내장된 AI, 끝나지 않은 논란

구글은 11월 3일 뉴욕타임스를 통해 2027년 초 검색 개편을 앞두고 AI를 전면 차단하는 학교는 검색 접근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발이 커지자 같은 날 해명 글을 올려 학교가 AI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켜고 끌 수 있다고 정정했다. 다만 이 해명이 검색과 AI의 결합 문제를 직접 다루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경제 영문판은 제미나이 챗봇을 꺼도 일반 검색을 허용하는 순간 검색 결과에 내장된 AI 기능은 막을 수 없다고 짚었다. 검색 결과를 요약하는 AI 개요와 대화형 검색 기능인 AI 모드가 검색 서비스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매체는 학교에 AI가 붙은 검색을 허용하거나 검색을 아예 막는 두 선택지만 남는다고 적었다. 구글은 AI가 검색의 핵심 요소라는 입장이다.

야후 테크가 전한 2027년 초 이후의 구조도 비슷하다. AI를 허용하는 학교는 AI 개요와 AI 채팅이 들어간 기존 검색, 또는 제미나이 기반의 ‘가이드 러닝’ 모드 중 하나를 고른다. 가이드 러닝은 정답을 바로 주지 않고 주제를 풀어 가도록 안내하는 방식이다. 학교용 버전에서는 교사가 챗봇 대화 기록을 볼 수 있다.

소송과 정치권·교육계의 압박

샬럿(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13세 학생의 부모는 학교가 지급한 크롬북에서 제미나이가 자살 계획과 장례 준비를 도왔다고 주장하며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는 부모 측 주장이며 사실로 확인된 것이 아니다.

압박은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도 이어졌다. 서울경제 영문판에 따르면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Richard Blumenthal) 상원의원과 공화당 조시 홀리(Josh Hawley) 상원의원은 지난달 말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에게 서한을 보냈다. 학교에 AI를 들이는 데 따른 잠재적 위험을 설명해 달라는 요구였다. 뉴욕시와 로스앤젤레스 교육 당국도 학생의 생성형 AI 사용을 제한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월 교사·학부모·학생·의료 전문가 60여 명을 인터뷰해 일부 학생이 학업과 정서 양면에서 AI에 지나치게 기댄다고 보도했다. 전미교사연맹(AFT)의 랜디 와인가튼(Randi Weingarten) 회장은 구글이 학생 교육보다 사업적 이익을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리나 칸 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구글이 검색 시장 지배력으로 학교를 압박해 AI를 쓰게 한다고 말했다. 아동 권익 단체 페어플레이의 조시 골린 사무국장은 학교가 개인정보 보호가 더 강한 검색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이드 러닝 확대와 남은 질문

구글은 AI를 막기보다 학습에 맞게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이 숙제 문제를 입력하면 답 대신 기본 개념과 풀이 단계를 안내하는 가이드 러닝 기능이 핵심이다. 이 기능은 이미 클래스룸에 도입됐고, 이달 중 미국 일부 학교에서 검색에 시범 적용된다. 구글은 X 글에서 학생이 학교 과제의 빠른 답을 얻지 못하도록 AI가 문제 풀이를 단계별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파급력은 작지 않다. 서울경제 영문판에 따르면 구글 클래스룸을 쓰는 교사와 학생은 전 세계 1억 5,000만 명이다. 샌호세 인사이드는 구글이 가장 인기 있는 검색 엔진을 운영할 뿐 아니라 크롬북이 미국 학교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교육용 기기라고 짚었다.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학군들은 표절과 주의 분산 문제로 교실 AI 사용을 중단하거나 금지해 왔다.

AI가 실제로 학업 성과를 높이는지도 논쟁 중이다.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은 학생의 AI 사용이 학습에 미치는 효과를 입증할 양질의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구글은 학교 관리자와의 소통을 이어가며 더 많은 선택권과 통제 수단, 학습용 검색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