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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연간 8조 원을 들여 박멸하려는 생물을 한국인은 봄철 별미로 즐긴다. 바로 '미더덕' 얘기다. 선박 선체와 양식 장비에 달라붙어 국제 골칫덩이로 찍힌 이 생물이, 한국에서는 된장찌개 재료를 넘어 '톡 터지는 회'로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다.
봄철 피로 회복에 이만한 게 없다
미더덕은 타우린과 글리코겐 함량이 높아 피로 회복과 간 기능 보호에 효과적이다. 특히 타우린은 간세포 재생을 돕고 피로 물질인 젖산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밤낮 기온 차가 큰 봄철, 쉽게 지치는 몸을 회복하는 데 제격이다.
아연과 철분도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빈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아연은 면역세포 생성에 직접 관여하는 미네랄로, 환절기마다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이라면 봄철에 특히 챙겨 먹을 만하다. 미더덕 특유의 향을 내는 성분은 항산화 작용도 해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겉으로는 흔한 해산물처럼 보이지만, 봄철 보양식으로는 전복이나 바지락 못지않다.
전 세계가 없애려는 생물, 한국만 먹는다
미더덕은 딱딱한 표면이라면 어디든 달라붙는 해양 부착 생물이다. 선체에 달라붙으면 물의 저항이 최대 60% 늘어나고 연료 소모도 40%가량 증가한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전 세계가 미더덕 계열 생물 제거에 쏟아붓는 돈은 연간 57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미 해군 단독으로도 연간 약 1조 4000억 원을 쓴다.
지난 2023년 캐나다 공영방송 CBC 보도에 따르면, 노바스코샤주에서는 10년 새 미더덕 계열 침입종 6종이 새로 자리를 잡아 양식장을 뒤덮었다. 2022년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보도에서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의 굴 양식업자 빌 도일은 "양식 장비 3000점이 하룻밤 사이 온통 뒤덮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더덕은 공식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에서는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미더덕을 날로 손질해 회로 즐기는 문화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수십 년간 된장찌개와 찜 재료로 써온 식재료가, 지금은 '톡 터지는 이색 회'로 전국에 퍼지고 있다.
진동만에서 태어난 별미, 지금이 제철이다
국내 미더덕 생산량의 70% 이상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동만에서 나온다. 양식장 면적만 265㏊에 달하고, 평년 연간 생산량은 약 2500톤이다. 2005년부터 이어져 온 창원진동미더덕축제에는 해마다 30만 명이 몰렸고, 지역 경제 유발 효과도 30억 원 규모였다.
미더덕의 제철은 3월 말부터 5월까지다. 이 시기 미더덕은 살이 올라 식감이 탱탱하고 향이 가장 진하다. 여름이 지나면 수온이 오르면서 살이 물러지고 향도 약해진다. 봄철에 챙겨 먹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더덕회, 이렇게 먹어야 제맛이 난다
미더덕회를 먹을 때는 손질을 제대로 해야 한다. 시장이나 수산시장에서 살아 있는 미더덕을 구입했다면, 껍질 위쪽의 딱딱한 입구 부분을 가위로 잘라낸 뒤 내장을 살짝 밀어내야 한다.
손질한 미더덕회는 찬물에 한 번 헹궈 불순물을 제거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봄철 최고의 별미가 된다. 껍질째 입에 넣고 살짝 깨물면 터지는 순간 짭조름하고 달큰한 바다 향이 퍼진다. 이 식감 때문에 한 번 먹으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미더덕은 회로만 먹는 식재료가 아니다. 된장찌개에 넣을 때는 끓기 시작할 때 투입해 2~3분 이내로 익혀야 살이 터지면서 국물에 깊은 감칠맛이 배어든다. 너무 오래 끓이면 껍질이 흐물거리고 향이 날아간다. 미더덕찜은 양념장(고춧가루, 마늘, 간장, 참기름)을 버무려 쪄내면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신선한 미더덕을 고를 때는 껍질이 단단하고 광택이 있는 것을 고른다. 물렁하거나 검게 변색된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 것이다. 구입 당일 소비하는 것이 가장 좋고, 하루 이상 보관할 때는 해수나 소금물에 담가 냉장 보관해야 향과 식감이 유지된다.
미더덕, 먹고 싶어도 못 먹는 날이 온다
미더덕회를 찾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반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미더덕영어조합법인에 따르면, 소속 어업인들의 위탁 판매량은 2021년 31.9톤에서 2024년 6.3톤으로 4년 만에 96% 넘게 급감했다.
주범은 기후변화다. 미더덕은 수온이 24도를 넘으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진동만 여름 수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어린 개체들이 대량 폐사하고 있다. 창원진동미더덕축제는 물량 부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리지 못했다. 2년 연속 취소다.
창원시는 50억 원을 투입해 진동만 해역 청정어장 재생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어민들은 "앞일이 막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이 시기가 미더덕회를 제값에, 제맛으로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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