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장수정, 25년 여정에 마침표…"아쉬움 남지만 후회 없어"

호주오픈 본선·WTA 125 우승 기억에…스승 김일순·조윤정·장광익에 감사

당분간 쉬며 지도자 진로도 고민…"팬분들 응원 마음에 잘 새기고 있어"

10월 31일 은퇴식 당시 장수정
[장수정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한 기자 = 10여년간 한국 여자테니스의 간판으로 세계무대에 도전해온 장수정(31·인천시청)이 25년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달 31일 은퇴식을 치른 장수정은 5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정은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며 10여년간 한국 여자테니스의 간판으로 군림해왔다.

여자프로테니스(WTA) 125 대회 단·복식 각 1회, 국제테니스연맹(ITF) 대회 단식 12회·복식 18회 등 성인 국제대회에서 단·복식 통산 32차례 정상에 올랐다.

11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여자 국가대항전 빌리진킹컵에서 통산 19승 11패를 기록했다.

장수정, '혼신의 힘을 다해'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DB코리아 오픈 테니스대회 단식 8강 경기에서 장수정이 스페인 아루아바레나를 상대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장수정은 0-2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3.9.20 photo@yna.co.kr

테니스 동호인인 부모님을 따라 코트를 드나들던 장수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먼저 운동을 시작한 친오빠를 보고 라켓을 잡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성인 대회에 출전하며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

테니스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건 양명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이었다. 당시 코리아오픈에서 이 대회 한국 선수 최초로 단식 8강에 오르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선수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4년엔 9주 연속 대회 첫판에서 탈락했고, 매주 나라와 잠자리를 바꾸며 시차에 적응하는 일도 버거웠다.

2013년 코리아오픈 8강 당시 장수정.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DB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단식 8강에 오른 장수정(양명여고.가운데)이 김일순 삼성증권 감독(왼쪽), 조윤정 삼성증권 코치(오른쪽)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3.9.19 emailid@yna.co.kr

그를 버티게 한 것은 가족과 지도자들의 지원, 그리고 테니스에 대한 애정이었다.

장수정은 투어 코치로 동행한 친오빠 장광익 씨에 대해 "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투어를 다니는 것을 즐기는 선수는 아니었다"며 "테니스가 너무 좋았고 꿈과 목표가 있어 계속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꾸준히 도전을 이어간 장수정은 2022년 호주오픈에서 마침내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 무대를 밟았다. 앞선 11차례 예선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12번째 도전에서 거둔 결실이었다.

2024년 코리아오픈 당시의 장수정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4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복식 2회전 장수정-슬론 스티븐스(미국)과 카토 미유(일본)-장 슈아이(중국)의 경기. 장수정과 스티븐스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9.19 dwise@yna.co.kr

같은 해 스웨덴 노디아오픈에서 생애 첫 WTA 125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개인 최고 단식 세계랭킹 114위까지 올랐다.

장수정은 "그때가 기량도 좋았고 개인 최고 랭킹도 기록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하던 장수정의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다.

2024년 발을 다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약 1년 반 동안 왼쪽 무릎 통증에 시달렸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아팠고, 코트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서브를 넣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괜찮아져서 대회에 나갔다가 다시 안 좋아져 기권하고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고 돌아봤다.

최근에는 무릎 상태가 호전됐지만 예전의 움직임과 자신감을 되찾기는 어려웠다.

몸과 마음이 지친 장수정은 올해 8월 은퇴를 결심했다. 목표로 삼았던 단식 세계랭킹 100위 진입은 못다 한 꿈으로 남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마지막 대회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조윤정 국가대표 감독과 함께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해 의미가 남달랐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무대는 지난달 전국체전이었다.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독감에 걸려 충분히 훈련하지 못했지만, 여자 일반부 단식 8강까지 오르며 25년 여정을 마무리했다.

장수정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할 계획이다. 스승인 조윤정 감독처럼 지도자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제가 잘하는 게 테니스인 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함께한 김일순 감독님과 조윤정 감독님, '사랑모아' 백승희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요넥스와 소속팀이었던 대구시청·인천시청 테니스팀에도 고맙다"며 "팬분들께서 응원해주신 것들을 마음에 잘 새기고 있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은퇴식 때 조윤정 감독과 장수정(오른쪽)
[장수정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moved@yna.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