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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 '공부란 무엇인가' 재출간 이벤트로 AI 클로드와 공개 첨삭
블라인드 테스트서 정체 들킨 AI 첨삭…"글쓰기는 인간다움을 만드는 행위"
[어크로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짧은 에세이를 놓고 인간과 인공지능(AI)이 각각 빨간펜을 들었다. 에세이의 서두는 이렇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질문이 있다. 답을 구하는 질문과 답을 구하는 '척'하는 질문. 물론 진심으로 정의(定意)를 요구하는 종류의 '무엇인가'들도 있다."
A 첨삭, "'물론'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대부분 쓰지 않아도 되는 문장입니다. 독자가 제기할 반론을 글쓴이가 미리 막는 방어 동작인데, 이 시점에 독자는 아직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B 첨삭,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정의뿐 아니라 정체성을 묻기도 하니까 (정의 대신) 좀 더 포괄적인 단어인 '대답'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 AI일까.
[어크로스 제공]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선 인간과 AI의 에세이 첨삭 '대결'이 펼쳐졌다. '인간 대표'는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일약 '칼럼계의 아이돌'로 등극했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 교수의 대표 저서 '공부란 무엇인가'의 개정 증보판 출간에 맞춰 출판사 어크로스와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함께 마련한 독자 이벤트였다.
행사를 앞두고 독자들로부터 자유 주제로 된 900자 이내의 짧은 에세이를 공모했고, 이 가운데 3편을 골라 'AI 대표'인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와 김 교수에게 각각 첨삭을 맡겼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다루지 않고, 논리적 흐름이나 문장 구조, 문체의 일관성, 사회적 맥락 등을 고려해 첨삭하라는 것이 둘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프롬프트였다.
AI와 김 교수의 첨삭엔 일치된 지점도 있었다.
한국떫은감협회에서 한국감협회로 명칭이 변경된 데 대한 아쉬움을 담은 글을 두고 AI와 김 교수 모두 도입부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집안일을 주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눈높이 차이에 대한 글에선 둘 다 지나치게 긴 열거 표현을 꼬집었다.
그러나 이 정도를 제외하면 짧은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것임에도 김 교수와 AI가 주목하고 지적한 포인트는 대체로 달랐다. 같은 부분을 두고 의견이 정면으로 엇갈리기도 했다.
가령 AI가 글 전체 분위기와 다소 동떨어진 문체의 마지막 문장을 지적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스타일을 요구하자, 김 교수는 "독자가 '낙차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어크로스 제공]
전반적으로 AI는 군더더기를 걷어낸 경제적인 글쓰기와 일관된 흐름을 지향했고, 김 교수는 미묘한 의미를 고려한 적절한 단어 선택이 이뤄졌는지를 살피면서, 주어진 텍스트 밖에서 더 좋은 에세이가 되기 위한 제안도 덧붙였다. 글쓴이가 '아주 사적인 애도'라는 제목을 붙인 떫은감협회 관련 에세이에 김 교수가 '왜, 떫냐?'라는 제목을 대신 제안한 것도 AI가 하긴 쉽지 않을 듯한 첨삭이었다.
AI의 첨삭 표현은 비정함과 다정함을 정신없이 오갔는데, 역설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김 교수의 첨삭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두 편의 에세이에 대한 AI와 김 교수의 첨삭을 살펴본 후 이어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참석자들은 AI의 정체를 금방 눈치챘다. '무엇인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독자 에세이에 대한 A와 B 첨삭을 보고 참석자의 85%가 A가 AI의 글임을 맞혔다.
딱히 승패를 가리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시작 전 김 교수의 엄살 섞인 전망과 달리 많은 참석자가 '인간'의 손을 들어줬다.
참석자 이정희 씨는 "AI는 특정 표현이나 비슷한 지적을 반복하는 등 아직 정교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AI는 여전히 '뇌'이기보다 '혀'라는 느낌"이라는 현장 온라인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김 교수는 "평행우주 어디선가 AI들이 모여서 똑같은 행사를 하며 자기들이 이겼다고 할 수도 있다"고 웃으며, AI가 더 많은 고급 텍스트를 학습하고 정교해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크로스 제공]
그렇다면 AI 시대 인간에게 글쓰기란 무의미한 행위가 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영화 '춘향전' 속 춘향과 이몽룡이 시로써 자신을 표현한 장면들을 보여주며 "글쓰기는 단순히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인간다움을 만든다"고 말했다.
초고는 무조건 혼자 쓴다는 그는 "AI에게 내가 쓴 모든 글을 학습시키고 새로운 글을 쓰라고 하면 미래엔 비슷한 글을 쓸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러면 내 능력을 퇴화할 것이고, 그게 내가 정말 살고 싶은 생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AI의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 글쓰기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한 이날 이벤트엔 공지 직후 독자들의 신청이 쇄도했고, 장소를 한 차례 넓힌 끝에 200명 가까이 참석했다.
김 교수의 글을 좋아해 참석했다는 이나견 씨는 강연 후 "비단 AI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알 때 내 삶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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