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재발견] 수탈의 아픈 역사가 문화콘텐츠로…수인선 협궤열차

수탈한 소금·쌀 운반 열차…광복 후엔 고단한 '서민의 발'

1995년 폐선한 송도역사 복원…추억의 '꼬마열차' 전시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복원된 수인선 송도역사
[인천시 연수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픈 역사를 품은 철도가 문화관광 콘텐츠가 됐다. 1937년 개통했다가 1995년 폐선한 옛 수인선(수원∼인천)이 그 주인공이다.

일제가 수탈한 소금과 곡물을 인천항으로 실어 나르던 철도는 광복 이후에는 경인 지역 주요 교통망 역할을 하면서 시민들의 애환을 함께했다.

지난해 복원된 수인선 송도역사는 고령층에게는 추억을 불러오고, 젊은 층에는 굴곡진 현대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문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수인선 협궤열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 수탈한 소금·쌀 인천항으로 실어 나르던 철도

2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인 1937년 8월 6일 개통된 수인선은 인천에서 수원까지 17개 역을 갖췄던 총연장 52㎞ 길이의 철도다.

일제는 당시 소금과 곡물을 수탈한 뒤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경도철도주식회사를 통해 인천항과 연결되는 수인선을 만들었다.

수탈 대상인 소금은 경기만의 소래, 남동, 군자 등지에서 생산됐다. 일제는 경기 여주와 이천의 쌀까지 수탈하려고 경기 내륙 지방의 수려선(수원∼여주)과도 수인선을 연결했다.

사설철도로 수탈에 사용됐던 수인선은 광복 이후 국유화됐고, 도로망이 빈약했던 시절에는 경기도와 인천을 잇는 주요 교통망 역할을 맡았다.

수인산업도로가 생긴 1970년대 후반부터는 화물 운송보다는 여객 노선 기능을 했고, 1995년 12월 31일 전 구간이 폐선될 때까지 시민들을 실어 날랐다.

수인선 협궤열차 내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꼬마열차'로 불린 추억의 열차

수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좁은 폭의 협궤열차였다는 점이다. 열차는 너비가 표준궤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라 '꼬마열차'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수인선의 과거 풍경을 담은 기사와 사진을 보면 소래로 젓갈 사러 나온 아낙네, 옛 송도유원지 관광객, 보따리상, 직장인, 통학생 등 서민들이 협궤열차를 주로 이용했다.

작은 열차에 몸을 실은 시민들은 궤도를 돌 때마다 전해지는 진동과 흔들림을 그대로 느끼며 수원과 인천을 오갔다.

특히 송도역으로 향하는 오르막 구간에서는 열차가 자주 멈췄고, 승객들은 하차 후 직접 열차를 밀어야만 했다.

꼬마열차는 1978년 9월 시내버스와 충돌했을 때는 넘어지는 수모를 겪으면서 작은 체구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하기도 했다.

협궤열차는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윤후명 작가의 장편소설 협궤열차는 열차를 배경으로 산업화 시대 속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 고독을 그려냈다.

전시된 수인선 협궤열차 관람하는 학생들
[인천시 연수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다시 돌아온 수인선 협궤열차

수인선의 주요 정차역인 옛 송도역을 품은 인천시 연수구는 협궤열차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문화 콘텐츠로서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송도역을 복원해 공원으로 만들고 협궤열차를 확보해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연수구는 옛 송도역사를 재현한 건물을 만들어 지난해 10월 개관했으며, 김의광 목일박물관 관장이 기증한 협궤열차를 역사 앞에 전시했다.

전시된 열차는 낡은 의자와 차창 등 예전 협궤열차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수구는 또 2023년 사업 부지 인근에서 발굴된 협궤철도 전차대(회전 설비)와 국내 최초 증기 시계탑도 송도역사에서 선보였다.

연수구는 또 기차 디오라마(축소 모형), 증기 기관차 모형,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송도역장, 철제 급수탑 등을 송도역사에 전시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수인선 송도역사는 인천 시민에게는 근대 산업의 상징이자 추억이 깃든 장소"라며 "송도역사에서 지역 상권과 연계한 버스킹과 벼룩시장 등 문화 행사를 계속 운영하면서 지역 명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협궤열차 회차에 사용된 '전차대'
[인천시 연수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ong@yna.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