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보전 대상 '투표용지 상자' 행방불명…선관위 "안갖고있다"(종합2보)

현장검증서 확보 불발…'인쇄매수 1천900매' 적힌 투표용지 상자 사라져

법원 "투표용지 상자 투표소에 부존재…소재 특정 시 다시 검증"

법원, 잠실 투표소 현장 검증 종료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서울동부지방법원 관계자들이 10일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아파트 노인정에서 현장 검증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2026.6.10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한지은 조현영 기자 = 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투표소를 대상으로 10일 현장 검증에 나섰지만, 투표용지 상자가 이미 사라져 증거 보전이 불발됐다.

선거관리위원회도 해당 투표용지 상자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이번 사태 핵심 물증의 행방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서울동부지법 민사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을 찾아 27분간 증거물 확보에 나섰다.

현장 검증에는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5명을 비롯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증거 보전 신청 당사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동부지법은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투표용지 보관상자 및 그 포장재 일체의 현상을 확인하고 이를 봉인해 보전하기 위해 검증기일을 진행했다"며 "검증 목적물이 검증 장소에 존재하지 않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차후 (선관위에) 사실조회결과 등을 통해 투표용지 보관상자 소재지가 특정되면 다시 같은 목적으로 검증 기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경로당으로 돌아간 잠실7동 제2투표소
[촬영 조현영]

투표소는 이미 경로당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이고, 법원이 전날 증거 보전 결정을 내린 '인쇄매수 1천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도 사라진 상태다.

선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투표용지 박스는 우리가 안 갖고 있다"며 "어디에 있는지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선관위 측 관계자는 해당 상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정철 최고위원은 전했다.

투표함이 아닌 투표용지를 담던 상자인 만큼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경찰이 해당 장소에서 투표함을 반출한 뒤 시위대 등이 난입하면서 혼란상이 펼쳐진 만큼 제3자가 상자를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다.

행방불명된 '문제의' 투표용지 박스
[촬영 조현영]

증거 보전 결정으로 법원이 확보하려 한 투표용지 보관 상자는 선관위의 부실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물품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5일 경찰이 1천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투표 종료 35시간 만에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함 2개를 반출한 뒤 시위대가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선관위가 두고 간 물품을 뒤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투표용지 박스 겉면에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1천900매, 박스 1개 중 1번'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천856명으로 파악됐다. 투표지가 선거인의 49.3% 분량만 준비된 것으로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에 못 미쳤다.

연합뉴스는 당시 현장에서 투표용지 보관상자의 사진을 찍고, 선거인 수 대비 투표용지 배치 분량이 50%도 안 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법원이 정한 증거보전 대상에는 이 박스 외 해당 장소를 포함해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송파구 10개 투표소에서 6월 3일 오전 8시부터 6월 5일 오후 9시까지 찍힌 투표소 및 투표함 보관 장면 촬영 폐쇄회로(CC)TV 영상도 포함됐다.

법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간의 단체대화방, 메신저, 문자메시지 기록 역시 보전할 것을 지시했다.

CCTV 영상과 단톡방 기록 등에 대해서는 법원이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용지 부족' 잠실7동 투표소 현장검증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오른쪽)와 법원 관계자들이 10일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아파트 노인정에 도착해 현장 검증에 나서고 있다. 김 부장판사 왼쪽은 지난 8일 증거보전을 신청한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 2026.6.10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이번 증거 보전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정철 최고위원이 선거 무효 소송을 내기 전 증거를 먼저 확보해달라며 지난 8일 법원에 제기한 신청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린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용지 보관상자는 선관위의 '50%' 내부 기준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부분을 확보하는 증거"라며 이르면 오는 15일께 선거소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확보하려는 증거가 여기 없는 만큼 사실조회 답변이 오는 것을 보고 개표소에 있는 투표함에 대한 증거보전을 추가로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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